- 입력 2025.10.01 09:06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대상으로 15년 만의 대규모 개편에 나섰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1.1점까지 급락하며 역사상 최악의 업데이트로 기록됐다. 친구 목록을 피드형으로 전환한 개편에 사용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카카오는 6일 만에 롤백을 결정했지만 적용 시점을 4분기로 미뤘다. 개편을 주도했던 홍민택 CPO에 대한 책임론이 네티즌 사이에서 확산 중이다.
카카오톡이 9월 23일 '빅뱅 프로젝트'로 불린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바닥까지 추락했다. 업데이트 전 3.7점이던 평점은 9월 30일 밤 11시 30분 기준 1.1점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 이후 최저 평점으로 알려졌다. 애플 앱스토어 평점도 2.3점을 기록하며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다. 평점 1.1점은 과도한 권한 요구와 속도 저하로 군 장병 사이에서 최악의 앱으로 꼽히는 국방모바일보안앱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23일 컨퍼런스에서 카카오톡이 "목적형 메신저에서 탐색형 서비스로 진화한다"고 개편 방향을 밝혔으나, 사용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용자경험(UX) 분석 기업 피엑스디(PXD)가 업데이트 직후 리뷰 1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업데이트 전반 불만'이 42%로 가장 많았고, 사용자환경(UI)과 디자인 불만이 19%, 친구 목록 및 프로필 관련 불만이 10%를 차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친구 탭의 피드형 전환이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에게 취소할 수 없는 알림이 가는 점도 불편함으로 지적됐다.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이 '메신저'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다른 앱을 모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스타그램은 관심사를 기반으로 피드를 탐색하지만, 카카오톡은 필요에 의해 저장된 인간관계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개편을 주도한 인물은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다. 그는 토스뱅크 초대 대표 출신으로, 지난 2월 카카오에 영입돼 최고제품책임자 조직을 이끌었다. 업데이트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져 내부 갈등설도 나왔다. 카카오 재직 직원은 블라인드를 통해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싹 다 반대했다. 반대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서 자기 말이 맞다고 밀어붙였다"고 폭로했다.
카카오톡 개편 소식에 카카오 주가는 9월 23일 전일보다 4.67% 하락했고, 9월 26일에는 6만원선이 붕괴되며 장중 5만9500원까지 떨어졌다. 동시에 대체 메신저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 네이트온 앱 신규 설치 건수는 나흘 만에 약 38배 증가했다. 네이트온은 9월 27일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급부상했다.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카카오는 업데이트 단행 6일 만인 29일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친구탭 개선 방안을 4분기 내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을 키웠다.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하지 않자, 사용자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시간을 벌어 이용자들이 개편된 친구탭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4분기 롤백 연기의 진짜 이유로는 광고 계약 문제가 지목됐다. 카카오톡이 홈 화면 피드 신규 광고 상품들과 숏폼 광고 모두 팔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다시 되돌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3분기 동안 새로운 광고 상품에 대한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면, 즉시 롤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광고주와의 재협상이나 계약 조정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까지 문제를 야기했으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홍민택 CPO를 겨냥한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풍자 AI 노래 영상인 '달려라 달려 홍민택아'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 만큼 비판 여론이 고조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라고 짚었다. 카카오가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15년간 쌓아온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