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05 11:08
"대규모 부지·장기 확장성" vs 광주 "운영경험·즉시 가동"…상생의 길 찾나
공약 vs 사업성 충돌 해결책 내놔야…SK-오픈AI 광주 유치 '공존의 축' 모색

[뉴스웍스=김영환 기자] 2조5000억원 규모 국가 AI컴퓨팅센터 3차 공모가 10월 21일 마감되면서 삼성SDS 컨소시엄이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단독 응모했다. 대선 당시 '광주 유치'를 공약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은 사실상 좌초 국면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공약 이행 부담을 덜기 위해 SK-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의 광주 유치를 11월 초 광주시에 비공식 제안했으나, 광주시는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는 민간 전용은 의미가 없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인프라 해남과 민간·연구 광주를 잇는 서남권 AI 벨트 구상을 둘러싸고 정부, 지자체, 기업 간 치열한 협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광주시·데이터 산업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국가 AI컴퓨팅센터 공모 마감과 동시에 삼성SDS 컨소시엄의 해남 솔라시도 단독 응모가 확정되면서 광주 유치는 사실상 무산됐다. 삼성SDS가 해남을 택한 배경에는 명확한 사업성 판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RE100 충족 용이, 632만평의 대규모 부지, 재생에너지 기반의 저렴한 전력비가 결정 요인이었다.
1·2차 공모 유찰 이후 3차 공모에서 공모요건이 완화되면서 기업의 선택지가 확대됐고, 결국 비용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기업은 해남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민간 우선 정책이 광주 유치라는 국가 공약과 충돌하게 된 셈이다.
정부는 이를 수용하면서도 공약 불이행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국가 AI컴퓨팅센터 전남 응모결과 발표 이후 다음날 바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광주를 방문해 SK-오픈AI 데이터센터의 광주 유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공공 GPU 약 2만개 등 최소한의 공공성을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의 주장은 단순한 민간 데이터센터 유치 거부가 아니다. '공공-민간 결합형' 모델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이는 국가 공약의 정신을 살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광주는 최소 공공성의 3대 기준으로 ▲공공 GPU 풀(약 2만개)을 교육·연구·스타트업 용도 공동 활용 ▲지역 기업과 대학이 개방형 접근 구조 ▲요금 및 접근성 규범 제도적 명문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광주시는 AI 1단계 사업(2020~2024)에 총 4269억원을 투입했다. 국가 AI데이터센터는 88.5PF 규모로 구축됐으며, 현재 77.7PF가 가동 중이다. AI사관학교를 통해 1200명의 인재를 배출했으며, 70%가 산업 현장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330여개 기업을 지원했고, 이 중 12개 기업이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AI 2단계 사업인 'AX 밸리 조성 사업'은 지난 8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됐다. 총 6000억원(국비 3600억원)을 5년(2026~2030)에 걸쳐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광주의 최대 강점으로 국가 AI데이터센터 운영 경험(77.7PF 가동)과 이미 구축된 기업·인재 생태계, 통신·전력 인프라 연계로 즉시 가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2020년부터 5년간 준비한 인프라와 기술력도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약점도 명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지와 전력 단가가 높고, 대규모 확장이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해남의 장점으로 632만평의 대규모 부지와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구조를 들고 있다. RE100 충족이 용이하며, 2028년까지 완성 예정인 154kV 송전선로를 통해 장기 확장성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초기 생태계 조성에 시간이 필요하고, 기업·인재 집적에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데이터산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가동 속도'는 광주가, 중장기적으로 '총사업비와 확장성'은 해남이 우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SDS가 해남을 선택한 배경은 중장기 확장성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오픈AI 데이터센터는 본질적으로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에 특화되어 있다. 오픈AI의 고급 AI 서비스를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므로, 공공 리소스를 제공하려면 지자체 차원의 실질적 인센티브가 필수적이다. 전력요금 할인, 세제 혜택, 초기 투자 부담 경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간과 공공의 결합은 명확한 규범과 인센티브 체계 없이 불가능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정관에 명문화하는 '법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남도는 해남 국가 인프라와 민간 투자 모멘텀을 앞세우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경천동지의 쾌거"라며 감격을 표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전력, 부지, 재생에너지 모든 측면에서 해남의 우위가 명확해 보인다.

이 상황에서 광주-전남 투톱이 성립하려면 광주에 명시적인 보정 패키지가 붙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국가 AI연구원, AI반도체 실증센터, 모빌리티 특화도시 등이 그것이다. 이들이 패키지로 묶여 광주에 배정되어야만 '공약의 정신'이 살아날 수 있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다만 상생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은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추가 재정 부담과 결정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반면, 국정 5년을 내다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낙관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나리오별 확률을 해남 단일 축 50%, 광주-전남 투톱 40%, 광주 R&D 중심 전환 10%로 예측하며, 해남 중심 구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관해 'SK-오픈AI 데이터센터 광주 유치설'에 대해 광주시는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터 산업 한 전문가는 "해남 국가 AI컴퓨팅센터와 광주 SK-오픈AI 데이터센터 및 국가 AI연구원이 결합된 구도는 정부의 공공 GPU 일부 제공 약속, 정부 인센티브 패키지(전력·세제·투자) 확정, 광주시의 공공성 조건 일부 수용, SK-오픈AI의 공공 기여가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며 "공약 정신 회복과 지역 균형발전, 광역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정부의 추가 재정 부담과 기업 설득이 난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데이터센터는 전남 해남, 광주는 국가 AI연구원 등 연구 본진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효율적"이라며 "가능성은 낮으나 전략적으로는 최적"이라고 내다봤다.
강수훈 광주시의회 인공지능 실증도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만일)오픈AI와 SK의 데이터센터를 광주에 구축한다는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며 "광주는 대한민국에서 전문 인력, 산업 인프라, 그리고 실증 수요를 모두 갖춘 유일한 도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도 광주를 입지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면서 확장성이 높은 결정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이는 대한민국이 세계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국가AI컴퓨팅센터 갈등은 광주와 해남의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AI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국가 전략의 문제"라며 "(정부는)속도를 택할 것인가, 비용을 택할 것인가. 공약을 택할 것인가, 사업성을 택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답은 '둘 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광주-전남 투톱이 그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정부의 강한 의지, 실질적인 인센티브, 그리고 기업과 지자체의 협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12월 국가AI컴퓨팅센터 최종 선정과 SK-오픈AI의 입지 결정이 임박했다"며 "이번 선택이 앞으로의 10년, 30년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책 당국의 결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 전문가는 "공약의 정신을 살리려면 숫자로 확인 가능한 공공성이 필수"라며 "추상적인 약속이 아니라 정량화된 목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공공 GPU 정량 목표와 접근성 규범을 특수목적회사의 정관에 명문화해야 한다"며 "동시에 광주에 국가 AI연구원, AI반도체 실증센터, 모빌리티 특화도시를 패키지로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럴 때만 서남권 AI 벨트가 '갈등의 축'에서 '공존의 축'으로 바뀔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보여줄 의지와 결단이 이 모든 것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