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08 00:15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천문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먼 거리에서 발생한 초대형 블랙홀 플레어를 포착했다.
'슈퍼맨'이라 불린 이 현상은 지구로부터 약 10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관측됐으며, 최대 밝기는 태양 10조개에 해당했다.
플레어의 근원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한 활동은하핵(AGN)이다. AGN은 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빨아들이며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영역으로, 그 과정에서 거대한 회전 원반이 형성된다. '슈퍼맨'은 이 원반 속에서 별 하나가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산산이 조각난 조석파괴현상(TDE)으로 분석됐다.
매튜 그레이엄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약 1만 개의 AGN 중 1개만이 플레어를 보이며, '슈퍼맨' 같은 규모는 백만 개 중 1개 꼴"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천문학'에 실렸다.
'슈퍼맨'은 2018년 팔로마 천문대의 츠비키 과도 현상 탐사(ZTF)에서 처음 포착했다.
당시에는 단순한 '블레이자'로 여겨졌으나, 5년 뒤 재분석 결과 전례 없는 밝기와 에너지를 지닌 별 파괴 사건으로 확인됐다.
플레어를 일으킨 블랙홀은 태양보다 5억 배 이상 무겁다. 이번 사건에서 블랙홀이 삼킨 별의 질량은 태양의 최소 30배로 추정된다. 이전까지 가장 강력했던 '무서운 바비' 사건보다 30배 밝은 기록적인 폭발이었다. K.E. 사빅 포드 뉴욕 맨해튼 커뮤니티 칼리지의 교수는 "지금까지 관측된 사례 중 가장 거대한 별이 초거대 블랙홀에 의해 조각난 순간"이라며 "이는 은하 중심의 가스 원반 속에 거대한 별들이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전히 플레어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동안 우주가 팽창했기 때문인데, 우리는 약 100억년 전의 사건을 4분의 1 속도로 '슬로모션'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블랙홀과 별의 상호작용, 은하의 진화, 그리고 극단적인 물리학 현상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니 밀리사블레비치 퍼듀대의 교수는"플레어는 태양 전체가 전자기 복사로 변환된 수준의 에너지를 방출했다"며 "기존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극한 핵 과도 현상(ENT)의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