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1.03 12:00

'인증 중고차' 사업 5월부터 전개…시장 투명성 확대 기대감

장안평 중고차 시장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장안평 중고차 시장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올해부턴 허위 매물·위장 딜러·이중 계약 등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본격 합류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영세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유지됐다. 

하지만 정보의 불균형을 악용한 허위 미끼 매물, 주행거리 조작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해외 브랜드가 국내 인증 중고차 제도를 통해 이미 국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한 만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 불가는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 중고차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상반기에 인증 중고차 판매 시범 사업을 시작한 뒤, 5월부터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로는 높은 시장 성장 가능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차 업체에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까지 진출하게 되면 상품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벌어지는 '레몬 시장'의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소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월 시범 판매를 시작으로 5월부터 완성차 제조사가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  중고차 거래 시장이 새 구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제공=현대차)
1월 시범 판매를 시작으로 5월부터 완성차 제조사가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  중고차 거래 시장이 새 구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제공=현대차)

◆올해는 몸풀기…현대차·기아, 첫 1년 점유율 3% 전후 제한

현대차와 기아는 직접 차량을 검수하고 보증하는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매매단지 용지 확보 및 온라인 사이트 개설 등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이달부터 각각 5000대 이내에서 시범 판매가 시작된다.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현대차의 경우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1년간 전체 시장의 2.9%를,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4.1%로 제한해 판매할 예정이다. 기아 역시 내년까지 3.7%를 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현대차·기아는 정밀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제조사 인증중고차(CPO)’를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5년·10만㎞ 이내의 현대차·기아 브랜드 차량 중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한 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직접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 판매 프로그램 ‘트레이드 인’도 선보인다.

중고차 물류센터의 위치로는 경상남도 양산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양산에 인증 중고차 전용 '중고차 허브기지'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차 진단 및 정비와 더불어 상품화 조직도 운영할 계획이다.

기아도 중고차 성능·상태 진단 및 상품화·품질 인증·전시·시승 등 고객체험을 담당하는 인증 중고차 전용 시설 '리컨디셔닝센터'를 준비 중이다.

리컨디셔닝센터에는 소비자가 차량 성능진단과 상품화, 품질인증 등 중고차가 고품질의 차량으로 변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점검 공간을 마련한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센터를 통해 중고차의 실제 성능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할 예정이다.

◆할부 금리 20% 육박에 거래절벽…"시장 안착에 먹구름"

그러나 최근 중고차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진입을 앞둔 현대차와 기아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중고차 시장에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길어진 신차 출고 기간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했던 중고차 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한 고금리 영향으로 거래가 경색되는 모습이다.

국내 중고 승용차 재고 추이. (자료제공=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국내 중고 승용차 재고 추이. (자료제공=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중고차 거래는 지난해 4분기에 접어들면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1~11월 '승용차 중고거래 재고차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고 차량은 11만2554대로 지난 10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고차 매입·매도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이후 재고 차량이 급격히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8월까지는 재고 차량이 없었지만 ▲9월 9631대 ▲10월 1만2232대 ▲11월 1만7422대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캐피탈사의 중고자동차 할부 금리가 3배가량 오르면서 중고차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8~9%대였던 할부 금리는 석 달 만에 20%까지 뛰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와 기아의 진출을 앞두고 중고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중고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빠르게 자리 잡으려면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어서 당초 예상보다 고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