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03 16:28
금리 고공행진 여파 심각…자동차 내수 시장 위축 우려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캐피탈·카드사의 신차 할부 금리가 1년 새 급격히 치솟으면서 신차 계약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4.50%로 상향 조절한 데 이어, 올해도 2~3차례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신차 계약 포기 바람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현금 20% 비율로 60개월 할부를 적용해 구매할 경우, 최대 11.5% 수준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캐피탈사의 할부금리는 롯데캐피탈 11.5%, 하나캐피탈 10.5%, 현대캐피탈 10.4%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는 우리카드 11.3%, 신한카드 10.5% 수준이다.
이처럼 치솟은 할부금리에 계약 포기가 속출하면서 신차 납기도 덩달아 앞당겨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인기 차종은 계약 후 인도까지 1년 넘게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6개월 전후로 당겨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지난해 5월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계약해 차량 인수를 기다리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계약 당시보다) 할부 이자가 너무 올라 부담된다"며 "출고 때까지 (할부금리 변동을) 지켜보고, 이자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차량 인수를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금리에 할부로 신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줄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신차 할부 구매 대수(신차 저당등록 대수)는 11만8339대로, 전년 같은 기간(17만2682대)보다 31.5% 감소했다. 전체 신차 가운데 할부 구매 비율도 2020년 20.9%에서 지난해 13.6%로 크게 줄었다.
한 완성차 대리점 관계자는 "차량 인수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이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인기 차종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신차 납기가 1~4개월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차량을 보러 (대리점에) 내방하는 고객들도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예상 납기가 13개월 이상이었던 '투싼' 디젤 모델은 올들어 9개월 수준으로 짧아졌다. '쏘나타' 1.6가솔린의 경우 4개월에서 3개월로, LPi는 4개월에서 2개월로 각각 줄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작년 초 2~3%였던 할부 금리가 일년 새 4배가량 오르면서 고객 부담이 커졌다"며 "하반기에 금리가 내려간다면 그때 인수하겠다며 계약을 미루는 고객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금리가 인하될 때까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지난해 금리가 높아지면서 신차 및 중고차 시장이 급격히 나빠졌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까지 복합적으로 엮여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하반기에 금리가 내려간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