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5.23 16:43

테슬라, 인도 정부 생산기지 설립 요구에 '난색'…현대차는 전기차 인프라 투자로 시장 확대

일론 머스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나렌드라 모디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나렌드라 모디 트위터 캡처)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테슬라의 인도 진출 계획이 또다시 좌절됐다. 세금 및 생산 기지 건립 등과 관련한 테슬라와 인도 정부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반면 현대차는 인도에서 경차 및 전기차 판매를 필두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가 장악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 테슬라가 진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블룸버그 통신 및 업계에 따르면 부품조달과 인센티브 등 공장 건설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인도를 찾은 테슬라 대표단은 협상 막판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도 정부의 입장과 차량을 수입해 인도 시장을 테스트 해보겠다는 테슬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다.

테슬라는 인도 정부에 수입세 감면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인도 정부는 5억달러 이상의 부품을 구매하는 조건을 걸며 자국 내 생산 기지를 건립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 전기차의 인도 판매는 고착 상태에 빠졌다.

니틴 가드카리 인도 도로교통부 장관은 테슬라가 인도에 생산 기지를 건립해야 자국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진=니틴 가드카리 트위터 캡처)

테슬라가 수입세 감면을 요구하는 이유는 인도의 높은 관세 때문이다. 인도는 수입 차량에 대해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최고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세는 국가의 정책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인도 정부에 결국 테슬라는 백기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인도 현지의 부품 공급망'과 '인도 주변국의 시장 수요' 또한 공장 건립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보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공장을 지으려면 공장 주변에 부품 공급망이 구축돼야 하는데, 인도는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장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 조건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생산 공장을 짓는다면 주변국에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조성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부족하다. 섣불리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소형 해치백 모델인 'i20'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소형 해치백 모델인 'i20'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테슬라가 인도 시장 진출에 고배를 마시는 사이, 현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공략을 토대로 판매량을 지속 늘려나가고 있다. 

인도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은 1%도 안된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30%로 높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인도의 전기차 전환 목표에 발맞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초석 마련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인도시장 판매량 및 점유율 추이. (자료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근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정부와 현지 전기차 생산시설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향후 10년간 현대차가 인도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3조240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연간 전기차 배터리팩 17만8000개를 조립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고속도로 등 현지 주요 거점 100곳에 전기차 충전소도 건설한다. 

공장 설비를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변경하는 등 시설 현대화 작업도 추진한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전기차 6종을 선보이며 인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현대차는 인도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현지 외국 자동차 공장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인수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주요 거래 조건서에 서명한 바 있다. 현대차가 현지에서 외국 기업의 공장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현대차는 인도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략 차종도 경차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며 "테슬라와는 완전히 다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공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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