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12 12:10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부터 선제적 마련나서
고객신뢰 제고 '긍정'…임원책임 과도 '우려'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계속된 파생금융상품 불완전판매로 금융업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 중이며 이에 증권사들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금융지주계열의 증권사들이 잇따라 책무구조도의 선제적 도입을 예고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쉽게 말해 이번 ELS 사태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지 명확히 특정함으로써 전반적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이 골자다.
현재도 금융당국은 각 금융사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임원들은 자신에게 내부통제의 책임이 있음을 모르거나, 다른 임원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일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금융사 대표들은 임원 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오는 7월까지 책무구조도 마련을 마쳐야 하는 금융지주와 은행이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진옥동 회장이 직접 책무구조도의 선제적 도입을 강조하면서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이행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내년 7월까지 유예 기간이 적용돼 비교적 기한에 여유가 있다. 중소형 증권사 역시 오는 2026년 7월까지만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된다.
다만 이미 지주사와 은행들이 발 빠르게 당국의 요구에 대응하는 상황이라 지주계열의 증권사들은 선제적인 책무구조도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먼저 증권사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책무구조도 컨설팅에 착수했으며, 지난 1월에는 준법경영부를 신설했다. 또한 이달 중 회계 및 법무법인의 자문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책무구조도 도입이 완료되면 증권업계에서는 1호가 된다. 이는 타 증권사들의 책무구조도 도입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정기 조직개편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대응을 위해 내부통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법기획팀을 준법감시인 직속팀으로 신설해 직무 분석 등 작업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대표이사 포함 전 임원들이 참여하는 임원 워크숍에서 삼정KPMG 전문가를 초청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높은 완성도를 위해 규정 시기인 내년 7월보다 일찍 책무구조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KB증권 전 본부 부서가 참여하는 '내부통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임원 및 부서장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으로 내부통제 제도 개선 프로젝트 추진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주요 추진 과제는 책무구조도 작성·관리 방안과 이행 점검을 위한 시스템 설계, 임원 자격요건 강화 등이다. KB증권은 이를 통해 내부통제 활동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자율적 내부통제 준수 문화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도 내년 규정 시기에 맞춰 책무구조도 도입을 점차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이번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파생결합펀드(DLF) 등의 홍역을 치른 뒤 내부통제 강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책무구조도를 당국의 규정 시기보다 일찍 도입하게 된다면 내부적 리스크관리와 더불어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는 부분에서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업계의 특성상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과정까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적용할지 불분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올 들어 금융권에서 배임·횡령 등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단순히 책무구조도 도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우 주식·위탁매매, 상품판매와 운영 등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한 만큼, 각 부문 총괄 임원들에게 책임을 부여할 경우 그 범위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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