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7.17 21:14

경제성 우위 내세워 프랑스와 대결서 승리…폴란드·네덜란드 등 원전 수출도 '청신호'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한국의 원전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이다. 본계약은 내년 3월이다. 이번 수주로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 신화를 써내리게 되면서 향후 폴란드·네덜란드 등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에 2기의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다. 체코 정부에 따르면 두코바니 원전 2기를 짓는 사업비는 약 4000억코루나(약 24조원)로 예상된다. 20조원이 들어간 UAE 바라카 원전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프라하에서 130㎞ 떨어진 테믈린에 지역의 원전 2기 건설 계약까지 추가로 따내면 총사업비는 40조~5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번에 수출하는 주기기 노형은 1000㎿ 규모인 APR1000이다.

프랑스와는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맞붙었다. 이번에도 우리나라가 프랑스를 누르면서 2연승을 하게 됐다.

한수원은 프랑스전력공사와 경쟁해왔다. 한수원은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국내 업체들과 '팀코리아'를 꾸렸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경제성과 적기 시공·안전성 등에 경쟁력이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당 3571달러(2021년 기준)로 프랑스전력공사(EDF·㎾당 7931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을 일정대로 준공했지만, 프랑스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 준공을 13년 가량 지연한 바 있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프랑스는 지난 3월 프랑스는 체코를 포함한 EU 내 원전 확대 진영 12국과 공동성명을 내고 동맹을 강조하는 등 유럽연합(EU) 소속감을 내세웠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체코를 찾아 수주전을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 최단 기간의 건설공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체코를 세 번째 방문해 체코 산업부 장관이자 신규원전건설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요제프 시켈라 장관을 면담하기도 했다. 황 사장은 '준비된 한수원,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한수원, 체코의 최적 파트너 한수원'을 강조하고, 한수원의 체코 원전사업 수주 의지와 역량을 재차 피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체코전력공사(CEZ)와 세부조건 협상에 들어간 후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전담 TF를 구성하고, 산업부 장관 주재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개최해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점검할 방침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사상 최대 규모인 '24조'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품에 안길 예정이다.

체코 원전 4기를 최종 수주하면 주기기 건설을 맡는 두산에너빌리티는 8조5000억원대, 계통 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은 3조6000억원대, 시운전·정비 전문인 한전KPS는 1조7000억원대를 공사비로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원전 생태계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고,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네덜란드·불가리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 시장 진출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최대 3000㎿ 규모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가 제3·4의 원전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원전수출 전략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주기기 수출 뿐 아니라 원전설비 수출도 2023년까지 4조원, 2027년까지 10조원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도 나선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업계 뿐만 아니라 체코에 진출한 우리기업들도 힘을 보탠 성과"라며 "원전 수출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민관이 총력을 다하고 내년 한-체코 수교 3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