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7.23 19:05

이진열 동서대 사회복지상담학 교수 주제 발표

이진열 동서대 교수가 23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청년 고립·은둔, 해법은 무엇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일본 히키코모리 정책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이진열 동서대 교수가 23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청년 고립·은둔, 해법은 무엇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일본 히키코모리 정책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정책을 처음 시행할 때 정책가들은 연령, 특성, 시대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했고, 결국 반쪽짜리 지원에 그치고 말았다."

이진열 동서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 교수는 23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일본 히키코모리 정책은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시사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긍정적인 시사점에 대해 '전달체계가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히키코모리 정책에 대해 "공공과 민간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다"며 "히키코모리 지원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이 마련 중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현재 히키코모리 거점이 전국적으로 98개 마련되어 있고, 906개 자치현에도 복지사무소를 설치했다"며 "또 히키코모리 지원을 위해 '피어 서포터(Peer Supporter: 동료 지원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고 있다. 피어 서포터는 히키코모리였다가 이를 극복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부정적 시사점에 대해 "히키코모리 대상을 청소년 및 청년층에 국한한 점"을 지목했다. 히키코모리 문제는 특정 대상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전체 사회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는 데도,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는 "폭 넓은 대상과 새로운 사회문제 직면 등을 고려한다면 히키코모리 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민간 또는 공공영역에서 지원하는 정책 등은 특정 시설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이 미비했다"며 "또한 히키코모리 정책이 취업 지원과 같은 형식상 드러나는 특정한 목표가 설정됨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내적 지원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이진열 동서대 교수는 
이진열 동서대 교수는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30~40대의 자녀를 70~80대 부모가 책임지면서 당사자의 문제뿐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의 전체 문제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이한익 기자)

히키코모리라는 용어는 1989년 처음 등장했는데, 등교 거부 상태에 놓인 학생이나 사회에 나가지 못한 채 집에 머무는 고등학교 졸업 연령이 된 청년들을 뜻한다. 

이 교수는 "2016년 통계 조사에 따르면 15~39세의 1.57%인 54만1000명 정도가 히키코모리인 것이 확인된다"며 "40~65세에서도 61만명 정도가 추가로 포함돼 총 110만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히키코모리 문제는 30~40대의 자녀를 70~80대 부모가 책임지면서 당사자의 문제뿐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의 전체 문제로 확대됐다"며 "히키코모리 평균연령은 36.8세로, 평균 8.1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후생노동성에서는 학교나 직장에 다니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라고 정의했으며, 내각부는 취미 관련 일이 있을 때나 편의점 등에 가기 위해 외출하고, 집에서는 나오지 않고, 방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생노동성 정의는 18개 지역에서, 내각부 정의는 14개 지역에서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히키코모리 정책은 공적 영역보다 사적 영역에서 더 잘 실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90년도는 대안학교의 일환으로 정책이 진행됐고 특정한 장소에서 학습을 지원하고, 교류 활동을 중심으로 지원됐다"며 "그러나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히키코모리 당사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후 집에 방문해 당사자를 돌보는 방문형 지원과 히키코모리 당사자를 병이 있는 것으로 인식해 당사자, 가족들과 상담을 통해 통원치료형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대 들어 히키코모리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며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부모회’가 설립됐고 히키코모리 가족을 상대로 상담을 지원하고,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프리스페이스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적 영역에서는 2009년부터 지정도시에 센터를 설치해 당사자 및 가족을 위한 상담과 지원, 기초자치단체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법적인 지원에도 나서 2015년부터 '생활 곤궁자 자립 지원법'이 제정됐고, 2018년 후속 버전인 '생활 곤궁자 자립 지원법' 개정안이 마련돼 히키코모리가 법의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은 지난 4월부터 시행됐는데, 일상생활에서 고독과 사회에서 고립됨으로써 유해한 영향을 받을 상태에 놓인 사람에 대해 관계자들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지원하고, 고독·고립대책 본부를 설치해 고독·고립 시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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