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7.23 19:00
이수진 의원 주최, 뉴스웍스 주관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서울시 거주 중인 청년 285만명 중 4.5%가 고립·은둔형 청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면 61만명에 달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고립·은둔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약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또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활동가도 함께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민간통신사 뉴스웍스, 청년투데이가 주관한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청년 고립·은둔, 해법은 무엇인가'를 부제로 한 이번 행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대한아동병원협회, 드레줄이 후원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일본 내 히키코모리 정책에 대한 분석과 지역 내 청년 고립 현황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이 진행됐다. 또 고립·은둔 관련 전문가 양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수진 국회의원은 "사회적 교류와 활동을 거부하고 있는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무려 54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왜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발을 돌리고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청년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청년의 목소리가 담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가 우리 청년들이 굳게 닫힌 방문을 열 수 있는 따뜻한 햇살과 같은 대안을 마련해 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저 또한 주시는 말씀을 경청해 청년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축사를 통해 "이제는 청년들이 왜 고립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사회와 국가에 던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토론회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나누고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저 역시 다양한 의견을 모아 의정 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고진갑 뉴스웍스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관계 부처와 논의를 통해 고립·은둔 조기 발굴 체계를 마련하고 청년 지원방안도 발표했다.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쌓는 인적자원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역할 분담과 정책 개발이 절실하다"며 "오늘 자리는 이들을 어떻게 도와 사회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고립·은둔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책 지원 앞선 日…"장점 배우고, 단점 보완해야"
주제 발표를 맡은 이진열 동서대 사회복지상담학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립·은둔 청년 지원 대책을 추진했던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히키코모리 관련 통계를 2016년 완료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15~39세 국민 가운데 1.57%인 54만1000명이 은둔형 외톨이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그 숫자가 61만명으로 증가했으며 현재도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30~40대 자녀의 생계를 70~80대 부모가 책임지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어 고령화와 장기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일본은 가정이 책임지는 구조에서 지역 사회가 함께 나누는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진열 교수는 "일본은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거점을 98개 마련했고 생활자립지원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전국 905개 자치현에 복지사무소를 설치 운영 중"이라며 "공공영역에서는 히키코모리 지원에 관한 제도와 관할 부서, 지역지원센터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민간영역에서는 상담, 사례관리 등 히키코모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공공영역과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일본의 경우 취업 지원 등 형식상 드러나는 특정한 지원 목표로 설정됨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내적 보살핌이 부족하고, 히키코모리 청년이 바라는 지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심리·정서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강보배 제주특별자치도 청년활동지원팀장은 단계별, 유형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팀장은 "현재 은둔 외톨이 지원 법률이 발의된 후 자치단체 중 44곳이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이에 단체장 책무가 명기됐고 사회적 고립청년 발굴, 실태조사를 비롯해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고립·은둔 청년 수는 줄지 않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굴, 지원체계, 자기 회복 및 일자리 지원, 사후관리 등 단계별로 지원 정책을 세우고 기존 정책과 연계해 일상 복귀가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는 무엇보다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조례 제정, 시범사업 등이 시작되고 있어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며 "은둔·고립 청년을 이해하고 접하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줄 전문가가 필요한 현실에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지속 가능한 민간 조직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연대로 문제 해결…부정적 이미지보다 긍정의 힘
토론에서는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서 고립·은둔 청년 문제의 해결과제를 논의했다.
백희정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고립·은둔의 문제를 풀어갈 주체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고립·은둔 문제의 개입은 민간에서 시작됐으며 민간의 다양한 경험이 사장되거나 흡수되는 방식이 아닌 연대를 통한 지원 전략이 시급해 보인다"고 밝혔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환경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자기가 은둔하게 되는 그 상황 자체를 안전하다고 느낀다. 즉, 밖으로 나갔을 때 더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마음의 안정감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래서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 그리고 온라인 환경이든 과거에서 빨리 탈출하고, 그다음에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조성해 줄 것이냐를 고민해 볼 때"라고 말했다.
김초롱 사회적기업 안무서운회사 이사는 '은둔형 외톨이', '고립청년'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 대신 '은둔고수'와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는 "고립·은둔 청년들은 부정적 프레임, 편견 섞인 이미지 등에 누구보다 크게 영향을 받아 상상력이 제한된 상태"라며 "마냥 취업하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취업을 한 이후에도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며 몇 번이고 재고립을 겪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당사자를 활동가로 양성해 자신이 경험한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 및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회복된 당사자들의 존재 자체가 현 고립·은둔 영역에서 무엇보다 큰 자원이자 의미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은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적 체계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영진 팀장은 "지자체 자체 사업만으로 부족한 지원이 아쉬운 상황이다. 또 지역 간 자원 편파문제 등 체계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대상자 발굴 및 회복은 복지부 소관 전담창구 주도로 하되, 회복 이후 자립은 복지대상자로서가 아닌 교육·문화·일자리·주거까지 종합적 연계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린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은 보다 정교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여성가족부에서는 고립·은둔 청소년들에게 지역사회 청소년안전망을 통해 일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적극적 신청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립·은둔 청소년을 조기에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린 과장은 "현재 여성가족부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고립·은둔 청소년의 생활 현황과 정책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문항에 정부 지원 신청 여부에 대한 질문을 포함해 향후 많은 고립·은둔 청소년이 발굴·연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