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8.13 06:00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해 신세계‧롯데그룹 이커머스 계열사들의 이용자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롯데그룹의 반사이익이 극대화된다면, 그동안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체제로 흘러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1~6일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옥션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는 168만4597명이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156만6906명)보다 7.5% 증가한 수치다.

해당 기간 쿠팡은 큰 변화가 없었고, 11번가는 146만4559명으로 2.3% 증가했다. 11번가도 이용자 수가 동반 증가했지만, G마켓·옥션보다 증가 폭이 크지 않다. 중국계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는 4.2%, 테무는 9.2% 각각 줄어들면서 티몬‧위메프 사태가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도 신규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신규 고객 수가 6월보다 약 10% 증가했다. 이달 1~7일 신규 고객 수는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약 20% 불어났다.

결제 금액에서도 신세계‧롯데그룹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다.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2∼31일 롯데온과 SSG닷컴(쓱닷컴)의 결제 비중은 2.2%에서 2.3%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쿠팡과 네이버는 71.1%에서 69.6%로 소폭 하락했다.

이러한 추이는 자본력을 뒷받침한 이커머스로 판매자들과 이용자들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집계 기간이 짧아 플랫폼 이동이 확실히 이뤄질지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해당 플랫폼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대대적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롯데온은 이달까지 신규 입점 판매자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내일온(ON)다’ 상품을 23만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내일온다는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서비스며, 서비스 초기에 상품 수가 1만개에 불과했지만 3개월여 만에 상품 수를 23배나 늘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가 해당 서비스를 맡게 돼 계열사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쓱닷컴은 연말까지 유료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신선식품 위주의 ‘쓱배송 클럽’의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1만원으로 대폭 할인한다. G마켓은 이달까지 멤버십 회원에서 영화예매권 50% 이상 할인 등 다양한 품목에서 할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환불 현장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환불 현장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시장에서는 신세계‧롯데그룹 이커머스들이 효율화 작업을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은 쿠팡에게 상대적으로 밀리는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을 배가시키고자 지난 6월 CJ그룹과 전방위 물류 협력을 맺은 바 있다. 쓱닷컴이 보유한 경기도 용인·김포(2곳)·오포 물류센터 중 김포와 오포 물류센터를 CJ에 매각했고, G마켓의 ‘스마일 배송’은 CJ대한통운의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했다. 물류비용 절감과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롯데온도 지난 6월 해외 온라인 명품 편집숍 ‘에센스’ 유치와 같이 ‘버티컬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다. 버티컬 서비스란 특정 분야 상품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동안 롯데 유통 계열사들을 온라인으로 한데 묶지 못해 버티컬 서비스 경쟁력이 퇴색됐다는 평가였지만, 올해 들어 뷰티 버티컬인 ‘온앤더뷰티’ 판매 활성화가 이뤄지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실·뷰티실을 신설하고 영업조직 강화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사태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계획된 적자’가 큰 위험성을 지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이러한 인식은 자본력을 갖춘 신세계‧롯데그룹 이커머스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션과 뷰티 등 수익성이 좋은 분야에서 우수 판매자를 대거 확보하고, 간편결제나 배송, AI 추천서비스, 통합멤버십 등에서 사용자경험을 크게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기존의 출혈경쟁 박리다매 구조에서 벗어나 가격대가 좀 나가도 제값을 한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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