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9.04 18:00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한국프로야구(KBO)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야구장 현장을 자주 찾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두 구단주의 잦아진 야구장 나들이가 단순한 응원을 넘어 그룹 안팎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4일 한화이글스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KT위즈의 경기를 참관했다. 올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 야구장 방문이다.
한화이글스는 3일 기준 58승 2무 63패로 6위에 자리했다. 5위인 KT와는 2경기 차이로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에 바짝 다가섰다. 8위 롯데도 한화와 1경기 차이를 보이며 가을야구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KBO 구단 모두 20경기 이하만 남겨두면서 1~2주 동안의 성적에 따라 순위싸움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김 회장의 올해 야구장 방문은 5년여 만이다. 지난 2018년 10월 19일 현장을 찾았으며, 올해에는 연간 최대 방문 기록을 경신했다.
김 회장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야구광이다. 한화이글스가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 선수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릴 정도로 야구단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한화이글스 지분(10%)을 31년째 보유 중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잦은 야구장 방문을 두고 한화이글스의 우승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올해까지 무려 25년 동안 무관의 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를 마지막으로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와 작별을 고하고 새 구장인 ‘베이스볼드림파크’로 이전한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964년에 개장해 올해 60년째 운영 중이다. 국내 1군 야구장 중 가장 오래됐다. 관중석도 1만2000석 규모로 9개 구장 중 가장 적다. 새롭게 조성되는 베이스볼드림파크는 복합문화공간에 2만7석의 관중석 규모로 기존보다 1.7배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올해가 마지막인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60년 역사의 마침표를 의미 있게 찍게 된다.
한화그룹 내부적으로도 최근 몇 년 동안 굵직한 변화가 이뤄지면서 야구단의 좋은 성적이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마무리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2조원 ‘빅딜’로 육·해·공을 다 갖춘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했다. 해상풍력과 플랜트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 역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주력 사업마다 훈풍을 타면서 2015년 10위였던 재계 순위는 올해 7위에 올라있다. 내년 6위까지 넘보는 수준이며, 향후 5대 그룹 입성까지 노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한화이글스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룹의 좋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롯데그룹도 우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1년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넘게 롯데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바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비상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그룹 계열사 수장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계열사는 구조조정을 본격화해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촉매제가 필요한 상황이며, 롯데자이언츠의 우승은 롯데의 저력과 위기 극복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8일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하면서 선수단에게 “팬들의 성원이 곧 우리의 힘이고,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자”며 “투혼과 투지를 가슴에 새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 모두 그룹이 처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구단주의 우승 갈증이 더욱 심해진 모습”이라며 “만약 두 구단 중 한 곳이라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역대 최대 포상금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