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4.09.07 14:00
대한항공 'A321네오' 항공기.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A321네오' 항공기. (사진제공=대한항공)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의 도어 슬라이드 이상으로 항공편이 지연되는 일이 이틀 연속 이어졌다. 잦은 지연 사고에 승객들은 불편을 넘어 불안을 느끼는 모습이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김포공항을 출발해 오후 3시 30분께 제주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1131편(A321네오)의 왼쪽 맨 앞문 비상 탈출 슬라이드가 갑자기 펼쳐졌다.

이는 여객기가 탑승교에 접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기내에 타고 있던 승객 144명과 승무원들은 계단차를 이용해 하차했다.

도어 슬라이드 문제로 인해 후속편인 제주발 김포행 KE1264편의 항공기 교체가 이뤄졌고, 이 항공편은 당초 예정 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은 오후 5시 10분께 이륙했다.

대한항공은 전날에도 두 차례 여객기 도어 슬라이드 이상이 있었다. 2일 인천공항에서 일본 오키나와행 대한항공 KE755편(A220-300)의 항공기 문이 열려 슬라이드가 펼쳐졌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대한항공 KE017편(A380-800)의 시스템에 도어 슬라이드 점검 메시지가 표시됐다. 이들 항공편의 출발은 예정보다 4∼5시간씩 늦어졌다.

국토부는 잇달아 발생한 슬라이드 문제에 대해 승무원의 조작 실수와 기체 이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 예정"이며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제주공항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정민서 기자)
대한항공 항공기가 제주공항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정민서 기자)

지난달 26일 밤에도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항공기가 기체 고장으로 활주로에 멈춰 섰다.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171명이 2시간 넘게 기내에 갇혀 있는 등 불편을 겪었다. 또 활주로가 2시간 반 가까이 폐쇄되며 출발 예정이었던 10여 대의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하고 대기했다.

대한항공 측은 "당시 타이어 결함으로 인해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잦은 지연 사고에 소비자 불편이 커지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6월 항공소비자 리포트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11개 국적사의 여객기 고장·결함 신고 건수는 126건으로 전년 대비 24.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지연은 운항 계획보다 출발·도착 시간이 15분 이상 늦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달 14일 11개 국적사 대표이사와 '긴급 항공안전간담회'를 개최해 각 항공사에 정비·운항 개선점을 전달하고 하반기 중점 안전 감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다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항공 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정비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 한정된 항공기를 무리하게 운영하다 보니 이런 지연 사고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항공정비사 인원은 5627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5944명)과 비교해 5.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9년 기준 2852명이던 항공정비사는 지난해 2661명으로 191명 줄었다.

이에 항공사들이 신입 및 경력 항공정비사들을 활발히 채용하고 있지만, 현장 수요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항공 수요 및 운항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며 결함으로 인한 지연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타이트한 비행 일정과 여유 기재 부족으로 지연 발생 빈도도 늘어나는 데다, 항공업계 전반의 인력 수급 문제도 있어 단기간에 해결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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