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9.12 21:43
현대차 HEV·EV 기술에 GM 대형차 제조 노하우 '시너지'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세계 최대의 자동차 동맹이 탄생했다. 글로벌 완성차 3위 현대자동차와 6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 개발부터 공급망, 생산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차는 12일 미국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GM과 향후 주요 전략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증대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세부적인 협력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협력이 예상되는 분야는 ▲승용·상용 차량의 공동 개발·생산 ▲공급망 ▲전기 및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조달 방안 등이다.
글로벌 경쟁사인 두 회사가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한 것은 현재 완성차 시장이 '전동화 혼란기'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대응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터널에 진입하면서 완성차 회사들은 전동화 전략을 속속 폐기·수정 중이다. GM도 관련 사업 부문과 전기차 생산량 축소를 밝힌 바 있다.
반면, 현대차는 큰 틀에서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전동화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를 밝혔지만, 전동화 전환의 기조는 바꾸지 않았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전환 시점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각 메이커는 독자적으로 전동화를 준비하기보다는 각 사가 강점이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상호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변경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플랫폼을, GM은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상호 공유하면서 전동화 시점까지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판매 시장 면에서도 양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GM보다 앞서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추격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은 현대차·기아가 724만대로, 377만대를 기록한 GM을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에서는 GM이 1위며, 현대차는 4위다. 다만 전기차만 놓고 보면 현대차가 포드와 GM을 제치고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GM의 공급망과 생산망을 통해 미국 내 시장에서 생산 능력을 배가할 수 있으며, GM 역시 현대차로부터 동일한 인프라를 확보할 경우 미국 외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급성장도 이번 협력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BYD)와 지리, 상하이차 등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자국 시장에서 체력을 쌓았고, 점차 그 영역을 중국 외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합종연횡'은 최근 완성차 업계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도요타와 독일 BMW가 수소연료전지차(FCV) 분야에서 동맹을 맺은 것이 사례다. BMW는 도요타와 함께 오는 2028년 첫 수소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폭스바겐이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에 50억달러를 투자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한 바 있다.
현대차는 협약 이후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협업 내용을 발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양사 협력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한편, 현대차와 GM은 이미 인도 시장에서 협력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 100만대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신흥시장 생산력을 강화해 글로벌 입지를 높였고, GM은 효율적인 공급망을 마련했다. 또한 GM은 삼성SDI와 미국에 합작 공장을 짓는 등 국내 배터리업체와도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