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02 12:00
정호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급한 일은 대체로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일은 대체로 급하지 않다"
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업무를 중요도와 긴급함을 기준으로 4분면으로 나누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아이젠하워 메트릭스'와 관련해 했던 유명한 말이다. 이는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재 시점 편향(Present Bias)'을 잘 설명해 준다.
현재 시점 편향은 단기적인 보상을 과대평가해 실제 더 중요한 중장기적 목표를 희생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단기 목표나 보상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곤 한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소비나 일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정작 중요한 목표는 그저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뒤로 밀리는 현상을 초래한다.
특히 먼 미래에 대한 계획, 예를 들어 노후 준비와 같은 중장기 목표에서 자주 나타나며 노후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는 상황을 흔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또는 노후 준비를 막연하게 먼 훗날의 얘기로만 생각하고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의 시작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시점 편향을 극복하려면, 긴급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활용해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우선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보상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해서 오래 지속하며 연금자산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연금 자산관리의 목표가 꼭 '401(k)밀리어네어'와 같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연금자산의 중요성을 말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사례지만, 실제 그 수는 지난해 기준 약 38만명으로 미국의 401(k) 가입자의 0.4%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빨리 시작하고 오랫동안 유지하며 올바른 투자를 지속한다면 나와 함께 동반 성장하는 연금자산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뭣이 중헌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의 대사다. 물론 영화 속 대사는 다양한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겠지만, 말 그대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현재의 작은 즐거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중장기 목표의 달성을 위해 계획하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