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06 12:07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렬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급박한 양상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야권이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7일로 예고한 가운데, '부결' 입장을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이날 한동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저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탄핵이 통과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현될 우려가 크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과 국민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탄핵 찬성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직무 즉시 정지는 사실상 자발적인 하야 또는 탄핵소추안 표결 통과 밖에 없다.
당초 탄핵소추안 표결은 전날 국민의힘이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부결에 힘이 실렸었다. 탄핵이 성립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 무소속 의원들이 찬성 의사에 따라 192표는 확보된 만큼, 8표 이상의 여당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 대표의 입장 선회에 따라 20여 명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친한(친한동훈)계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탄핵 가결이 유력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전날까지만 해도 부결 입장을 밝혔던 한 대표가 하룻밤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친한계 내부의 입장 정리가 끝났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의 탄핵 찬성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6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대표의 발언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그 행위 자체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며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모두가 국민의 편에 서는 정치인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여당 의원 중 처음이다.
야권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특별성명을 통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이 스스로의 권력을 유지 또는 더 확장하기 위해 벌인 반란"이라며 "내란 행위, 그리고 친위 쿠데타"라고 정의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국민 주권을 찬탈하고 입법, 사법 권력까지 완전히 3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대는 참담한 역사는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한 대표에게 "중대한 역사적 국면에서 여야 대표가 당연히 만나야 한다"며 여야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상황이 변화됨에 따라, 야권은 7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당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정됐던 7일 오후 7시 표결까지 변수를 감수하기 보다는 빠른 표결로 결론을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대한 수사도 본격 착수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120여 명의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접수된 고발은 총 4건이다. 고발된 혐의로는 형법 제87조 내란, 군형법 제5조 반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등이다. 특히 이번 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중점을 두고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실은 비상계엄과 탄핵소추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당초 전날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일절 공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 표결이 다가온 만큼, 예정된 담화 일정은 없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국민 담화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관련기사
- 외신 "한국 여당 대표, 尹 직무 집행 정지 요구…탄핵안 통과 가능성 커"
- 오세훈 "탄핵만이 능사 아냐…책임총리제로 '비상 관리내각' 꾸려야"
- 민주당, 與 추경호 내란죄 고발 검토…"계엄 핵심 공범"
- '尹 탄핵' 국힘 첫 찬성 입장…조경태 "대통령 직무 정지 빨리해야"
- 민주당, 탄핵 표결 앞당기나…박성준 "2시간 당긴 내일 오후 5시에 해야"
- 한동훈 "윤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 필요"…'탄핵 찬성' 입장 표명
- 민주당 "의원·당직자·보좌진 총동원령…표결까지 비상대기"
- 윤 대통령-한동훈, 한남동 관저서 긴급 독대…"尹 요청"
- 탄핵 정국 '고환율 쇼크'…면세점·여행사 "원달러 1500원은 재앙"
- 검·경·공수처 계엄사태 수사 속도…상설특검까지 정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