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07 21:45
野 '김건희 특검법재발의, 탄핵 11일 재추진' 등으로 공세 고삐 조일 듯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폐기됐다. 200명인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했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등 단 3명만 표결에 참석했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오른 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 195명으로 투표가 불성립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300명) 과반의 발의와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날 본회의 재석 인원은 200명 미만이다. 따라서 개표 없이 탄핵안은 폐기됐다.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170명), 조국혁신당(12명), 개혁신당(3명), 진보당(3명), 기본소득당(1명), 사회민주당(1명), 무소속(2명) 의원이 참여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된 직후 단체로 퇴장한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재석한 의원들이 투표를 마친 후에도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돌아와 투표하길 호소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국회는 탄핵안이 보고된 이후 24~72시간 사이에 표결해야 한다. 72시간이 끝나는 8일 0시 48분까지 개표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9시20분에 투표를 종료키로 했다.

폐기된 탄핵안에는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계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의 원칙, 군인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 등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이른바 친한계(친한동훈계) 의원들도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지난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본회의 표결에 참석했던 18명 중 17명이 반대 당론을 따랐다. 대열 이탈자는 김상욱 의원 1명 뿐이었다.
여당 내 기류가 급선회 한 건 이날 오전부터다. 윤 대통령이 ▲당의 요구대로 대국민사과를 수용했고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해 정국 주도권을 당에 넘기기로 한 만큼, 탄핵 명분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대통령 탄핵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 역시 윤 대통령의 '당에 일임하겠다는 선언'을 '2선 후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간주해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쳤다"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과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이 폐기됐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향후 윤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일정은 모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도 정책 추진 동력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당장 새해 예산안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감액 예산'은 오는 10일 본회의에 올려 통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주요 정책 관련 예산 대부분이 삭감된 상태다.
부동산 법안과 세제, 각종 규제 완화 법안 등 민생 법안도 밀릴 위기다. 내년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트럼프 행정부 대응책 등 외교 현안에 대한 정부 대응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 폐기 후에도 여권 내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친한·친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의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향후 임기단축, 거국 내각 등의 논의 과정에서 당내 투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언급했지만, 이를 위한 개헌 논의가 정치 전면의 이슈로 부각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임시국회에서 탄핵 재추진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국민 전체의 뜻을 모아 임시국회를 열고 즉각 탄핵을 재추진할 것"이라며 "오는 11일 탄핵 재표결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야당은 향후 ▲윤 대통령 '내란죄' 상설특검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 ▲해병대원 특검 등을 추진하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어갈 확률이 커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