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12.08 00:30

외국인 매도 폭탄…정치리스크 후폭풍 계속

국회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사진=박성민 기자)
국회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국내 주식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상승세를 이어오던 코스피는 단 사흘 만에 2500선에서 2400선으로 순식간에 밀렸다.

원인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다. 북한의 위협보다 국내 정치리스크가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서 국내 정치불확실성으로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지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 높은 금융주 된서리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령 해제 후 외국인이 대량 매도한 종목은 금융주다.

지난 2거래일간 외국인 순매도액은 1조6628억원으로, 이 중 금융주를 4765억원 팔았다. 비중만 놓고 봤을 때 28%에 달한다.

외국인 순매도 종목 1위도 KB금융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2224억원을 매도했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2147억원)보다도 많았다.

외국인은 그동안 금융주를 대거 사들였다. 기업 밸류업의 수혜주로 꼽았기 때문이다. 금융주는 연초 대비 외국인 지분율이 7.7% 증가했다.

계엄 선포 전까지도 순매수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 일주일 동안 외국인은 우리금융 434억원, BNK금융 271억원, 하나금융 268억원, KB금융 262억원 등 주식을 사들였다.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외국인뿐만 아니라 개인, 기관투자자도 금융주를 매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오히려 화를 입은 꼴이 됐다.

◆탄핵 후 정부 공백…尹 주도 사업 연속성 의구심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부 공백 상황은 사업 연속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왕고래 프로젝트나 체코 원전 프로젝트 등 사업과 관련된 종목이 이틀 만에 9.9% 하락했다.

이미 지난주 국회 예결특위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정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대왕고래나 원전 예산은 90% 이상 삭감했는데 탄핵 이슈가 더해지며 낙폭을 키웠다.

대통령 탄핵은 행정부 수잔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탄핵 여부와 무관하게 절차 진행은 정치적 타격이 발생하며 내각 사퇴 등 정부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집회 등 사회 혼란도 내수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급물살을 탄 대통령 탄핵 정국 등 정치리스크는 단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매 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투매 소화 후 펀더멘털이 중요하나 코스피 이익 추정치 하향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료=신한투자증권)
(자료=신한투자증권)

◆정치리스크 해소 뒤 외부요인이 상승 동력 좌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탄핵 사태 후 주식시장은 외부요인에 크게 좌우됐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주식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었지만 국민 반대 비중이 65.2%로 높아 탄핵 가결 이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실제 국회 의결 전까지 코스피 지수는 1.83%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다만,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까지 약 3개월 동안 경기에 민감한 화학(-20.5%), 철강(-16.9%), 에너지(-5.9%), 증권(-21.1%) 등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단기 충격 이후 고유가 및 중국 긴축 정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는 오히려 외부요인으로 상승 바람을 탔다. 당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불면서 IT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됐다.

정치 불확실성이 걷히자 이익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했다. 국회 의결부터 헌재 판결까지 8조3000억원의 순매수가 이뤄졌다. 헌제 판결 이후 대선까지 코스피 지수는 9.32% 상승했다.

그러나 일부 업종은 수혜를 받지 못했다. 화장품·의류, 호텔·레저, 유틸리티 등 내수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당시 세월호 사태 등으로 국민 반발이 컸고, 국회 의결 이후 헌재 판결까지 3개월가량 소요되는 등 시위 격화 및 사회 혼란이 확대되면서 소비 심리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은 외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술력 의구심에 더해 미국 트럼프발 관세정책이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에 머물 것이란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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