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15 12: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연말 특수를 앞둔 국내 항공업계가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울상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웃돌며 급등세를 보이는 데다 세계 각국이 한국을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하며 여행주의보까지 나오자 업계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6원을 넘어섰다. 환율 1400원대는 미국이 정책금리를 대폭 올렸던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이전에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섰던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뿐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및 기자재 리스(임차)비와 유류비 등을 모두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커지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다. 대규모 외화 부채를 보유한 것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계산되는 부채인 '외화평가손실'이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운행하는 대형 항공사(FSC)에는 더 악재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과 140억원의 현금 변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보다 리스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할 시 3644억원 규모의 세전순손실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계엄령 이후 세계 주요국에서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하며 업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곧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방문) 여객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외무부는 시위가 예상되는 광화문·삼각지·여의도 등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으며,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항공업계의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환율과 유가 상승 등으로 늘어난 고정지출이 항공권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는 이로 인한 여객 수요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최근 급격한 변동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환율의 항공 수요에 대한 단기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