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26 09:00
①12·3 비상계엄 ②대통령 탄핵 정국 ③한강 韓 최초 노벨문학상 ④트럼프의 '귀환' ⑤의대 증원 갈등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난데없는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로 온 국민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그 여파는 사회 전체의 끝 없는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혐의까지 받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공조본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상황에 처했다.
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 벌어진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국가 응급체계를 흔들 정도로 확전됐다. 환자들의 불편은 물론, 의대 증원에 대한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북한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참전은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으로 우리에게는 한반도와 전혀 상관없는 타지에서 같은 민족의 젊은이들이 전쟁의 잔혹함을 겪는 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내년 백악관 복귀를 앞둔 것은 한미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보편관세 부과를 포함해 IRA 축소 등 미국 이익을 우선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두운 뉴스만 있던 2024년은 아니었다. 소설가 한강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국민들에게 K-컬처의 자부심을 다시 일깨워줬다.
뉴스웍스는 올 한 해를 관통한 10대 뉴스를 5개씩 상,하로 나눠 2회에 걸쳐 연재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만한 사태가 지난 12월 3일 발생했다. 이른바 '12·3 비상계엄 선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지만, 그 여파는 윤 대통령의 몰락을 불러왔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시민이 국회로 몰려들어 계엄 해제·독재타도를 외쳤고, 국회의원들은 곧바로 국회로 모여들어 계엄령 해제를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결국, 국회는 4일 새벽 1시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계엄 해제 요구안은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2시간 37분여 만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으로 인한 후폭풍은 컸다. 환율은 하루만에 18.7원이 치솟았다. 또 코스피 지수 2500선이 붕괴되고, 비트코인은 26% 하락하는 등 경제적 파장은 엄청났다.
무엇보다도 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 자신이 정치적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 그는 곧바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의해 탄핵소추가 두 차례 발의됐고 결국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직무정지가 됐다.
아울러 내란죄 혐의까지 거론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칭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와 무관하게 윤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 사망'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헌정 사상 세 번째 '탄핵 심판'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 사상 세 번째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탄핵소추된 바 있다.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두 차례 표결에 부쳤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192석이 전원 출석해 찬성표를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부결된다.
지난 7일 열린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불참하며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국민의힘에선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 표결에 참석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으로 '부결'을 의결했다.
이후 국회는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1차 표결 나흘 뒤인 1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7일간 임시회의를 여는 안건을 재석 258명 의원 중 찬성 177명, 반대 81명으로 통과시켰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한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 다시 제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3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보고했으며, 14일 오후 4시 표결에 부쳤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차 표결에서 재석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에 따라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게 됐다.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서류 송달을 거부하며 탄핵심판 지연 우려가 나왔지만, 헌재는 관련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보고 예고된 대로 오는 27일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강, 韓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54)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다.
스웨덴 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현대 산문을 혁신한 한국 작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 2024를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그녀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을 혁신했다"고 평가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작은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다.

◆트럼프, 美 대통령 '귀환'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으로의 귀환을 확정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와의 경쟁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트럼프는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7729만 표(49.9%) 이상을 얻었고, 해리스는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7500만 표(48.4%) 이상을 얻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경제 회복과 강경 이민 정책,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공약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서부 산업 지역과 플로리다·텍사스 등 공화당 강세 지역의 기존 지지층 결집을 성공했고, 일부 노동계층과 중도층의 표심까지 끌어들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불만과 높은 물가 상승률 역시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역임하며 보호무역주의와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전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의 제47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됨에 따라 미국의 경제와 외교 정책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러-우 전쟁과 중동 갈등 등 글로벌 현안에서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주목된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NATO와의 협력 재조정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축소를 시사해 기존의 동맹 관계를 재정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승리로 트럼프는 그로버 블리블랜드(22·24대)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비연속적인 두 번의 임기를 수행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답 없는 의정 갈등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강행으로 발발한 의료대란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2035년까지 의사 1만명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 이후 27년여 만의 의대 증원 시도였다.
의료계는 곧장 반발했다. 전공의가 집단사직을 결정하고 2월 20일부터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의대생도 학교를 떠났다. 집단행동이 계속됐지만 5월 의대 증원 규모는 1509명으로 확정됐다. 수시모집이 시작된 9월 정부는 '2026학년도부터 논의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의료계는 '2025학년도 조정'으로 평행선을 달렸다.
11월 11일에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했다. 전공의와 의대생,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해 정부와 여당, 일부 의료단체, 즉 여의정 형태로 출발했다. 성탄절 전 성과 창출을 운운했지만 3주 만에 좌초됐다.
12월 3일 새벽에 터진 비상계엄 선포는 의료인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계엄사령부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가운데 의정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년 1월 초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 여야의정 협의체를 추진하자는 입장인 만큼 의정갈등은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