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28 12:1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은행원에서 ETF 길잡이로 변신
정치리스크로 韓 증시 단기 충격…정책 지원 시 회복력↑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 종목 수는 11월말 기준 929개에 달한다. 자산규모는 2023년 100조원을 넘어선 뒤 현재 165조8878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ETF 거래량은 3조5926억원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ETF는 새로운 투자 트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이 ETF 거래를 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종목으로 인해 쉽게 원하는 ETF를 찾기 힘들다. 관련 정보 역시 단순 거래 가격만 확인할 수 있고 최근 수익률이나 자산운용 규모 등 세부 정보를 알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한다.
ETF랩은 이와 같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준다. 코스피에 상장된 모든 ETF 찾기부터 배당 종목과 수익률 높은 상품 간 비교까지 가능하다.
김세종 ETF랩 대표는 "우리나라 ETF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매년 수많은 ETF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ETF를 찾고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일반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증권과 은행권에서 재직한 경력이 있는데, 안정적인 금융회사를 나와 ETF랩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인 신한은행에서 주로 파생상품 관련 운용 업무를 담당했다. ELS와 같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운용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에 대한 공포를 방어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손실이 나는 해도 있겠지만 S&P500 ETF에 장기 투자할 경우 구조화 파생상품에 같은 기간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결국 장기투자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굳이 복잡한 파생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ETF들 중에서 필요한 ETF를 찾고,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면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공시사이트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미국에는 ETF 정보를 제공하는 ETF.com, ETFdb.com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한국에서는 ETFCHECH 하나만 있어, 차별화된 콘센트로 도전한다면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지난 5월 베타테스트를 시작으로 지난 10월 정식으로 오픈했다. 따라서 여러 서비스를 추가로 개발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앞으로 성장을 사용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적극 청취해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웹사이트에서는 국내외 모든 ETF 상품의 상세정보, 관련 뉴스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특히 화면이 전환될 때는 대기 없이 곧바로 바뀌어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이는 데이터베이스 설계부터 화면 개발의 전 과정에서 금융데이터 처리에 경험이 많은 개발자 덕분이다. 개발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완성도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최근 주식시장은 정치리스크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이 심각한 데, ETF 시장의 현재 분위기를 설명해 달라.
"정치리스크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은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도 단기적으로 국내보다 해외, 특히 미국 투자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냉각이 정치리스크의 충격으로 가속화된 부분이 있겠지만 최근 1개월 동안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와 비교했을 때 코스피의 하락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같이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국익에 도움이 되고 국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산업들은 정부가 꾸준히 지원해 준다면 산업구조 재편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활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2024년 원전, 조선, 방산 분야의 ETF는 40% 이상 상승했다. 즉, 글로벌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업을 지원해 주고 이들 기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또 코리아밸류업과 같이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시작된 ETF는 성공하기 위해 실제 시장의 방향과 맞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코리아밸류업의 방향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를 늘리는 건 장기투자의 기본이다. 정책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의 흐름에 맞춰 성격을 변화해 나간다면 코리아밸류업 ETF는 주요한 테마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상장된 ETF와 해외 상장 ETF 투자 시 주의할 점은.
"국내 상장 ETF와 해외 상장 ETF를 결정할 때 유의할 점은 결국 비용이다.
우리나라에 상장된 ETF의 매매수수료는 낮게 책정된다. 비대면계좌로 거래할 경우 수수료는 거의 ‘0’에 가깝다. 반면 해외 상장 ETF의 경우 환전수수료와 높은 거래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매매수수료 외 큰 비용은 세금이다. 세금이 매매수수료보다 클 수 있다. 1년의 투자 수익이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세율이 낮은 국내 ETF가 세제 혜택면에서 유리하다.
투자 규모가 크고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해외 상장 ETF가 유리하다. 높은 세율을 적용 받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지 않아 200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분리과세가 유리하다. 혹은 배우자 간 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해외 상장 ETF는 매매차익의 25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장기투자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수익이 발생한 해에는 보유한 ETF의 일부를 팔고 바로 되사는 방식을 추천한다. 250만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실현시킨다면 매년 55만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혹은 배우자 간 증여를 활용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내년 투자 유망 ETF를 전망한다면.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장기국채 ETF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장기 국채 수요가 증할 가능성이 높다.
기대되는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중국에 비해 우위에 있지만 복잡한 규제로 상용화에 있어서는 중국이 앞서 있다. 중국의 상업서비스 중인 로보택시는 현재 1만대 가량 추정된다. 반면 미국의 웨이모는 약 700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이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면 관련 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국내 리츠 ETF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금리 인하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하락할 경우 배당이 확대돼 배당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리츠가 편입된 부동산 가치대비 저평가돼 있어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