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1.15 13:48

작년 日 시장 돌풍…전기차 2223대 판매, 도요타 2038대 뛰어넘어

16일 출시 행사에서 공개될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3'. (출처=BYD 홈페이지)
16일 출시 행사에서 공개될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3'. (출처=BYD 홈페이지)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중국 전기차 1위인 비야디(BYD)가 국내 진출을 앞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시장을 장악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관측이 무성하다.

현재로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BYD가 주요 시장에서 판매 성과를 입증한 만큼, 예상치 못한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BYD는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2200여 대를 판매해 현대차의 600여 대보다 4배 가까이 앞선 바 있다.

BYD의 한국법인인 BYD코리아는 16일 인천 월미도 상상플랫폼에서 공식 출시 행사를 열고 '아토3'를 국내 첫 판매 모델로 공개한다. 

소형 전기 SUV인 아토3는 1회 충전 시 최대 321㎞(저온 309㎞)를 주행할 수 있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차 보급평가'를 진행 중이다. 인증이 진행 중인 BYD의 '돌핀', '실', '시라이언7'도 올해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모델 전부가 현대차와 기아의 동급 모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아토3가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 후반대의 실구매가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BYD는 8%의 관세 부과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 가격 할인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소형 SUV 돌핀은 기본형 모델이 2600만원대로, 아토3보다 더 싸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차)

시장에서는 BYD의 가격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아토3의 경쟁모델로 꼽히는 현대차 '코나 EV'와 기아의 '니로 EV', 'EV3' 등은 아토3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전기 경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이 아토3와 비슷한 수준이다.

2024년형 코나 EV 가격은 4142만~5086만원이며, 니로 EV는 4855만~5120만원이다. 가격이 다소 저렴한 EV3는 3995만원부터, 캐스퍼 일렉트릭은 2740만원부터 시작한다. 주행거리에서도 아토3는 일부 모델을 앞지른다. 코나 EV의 스탠다드 트림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13km(저온 269km)로, 아토3(321km)보다 8km 짧다. 

업계 일각에서는 BYD가 앞서 진출한 일본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안일하게 대비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BYD는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2223대를 판매해 도요타의 2038대를 뛰어넘었다. 일명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대이변을 연출한 결과다. 

현대차 일본법인이 지난해 9월 전기 SUV 코나를 요코하마시에 공무차로 3년간 무상 제공하기로 한 뒤, 시치고 미키 토시유키(오른쪽) 현대차 일본법인 매니저 디렉터와 히라하라 토시히데 요코하마시 부시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현대모빌리티재팬 뉴스룸)
현대차 일본법인이 지난해 9월 전기 SUV 코나를 요코하마시에 공무차로 3년간 무상 제공하기로 한 뒤, 시치고 미키 토시유키(오른쪽) 현대차 일본법인 매니저 디렉터와 히라하라 토시히데 요코하마시 부시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현대모빌리티재팬 뉴스룸)

같은 기간 현대차는 607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년 대비 약 24% 성장했지만, BYD에 크게 못 미친 결과다. 일본 현지 언론은 BYD의 판매 성과를 두고 가격 경쟁력과 함께 옵션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 최첨단 사양 장착, 유럽풍 디자인, 상대적으로 높은 주행거리 등을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 불신, AS센터와 부품 수급 등의 인프라 우위로 BYD의 상륙을 찻잔 속의 태풍이라 여길지 모른다"며 "당장은 BYD의 판매 성과가 미진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여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 가격 인상이 극심해지고 있어 BYD의 가격 경쟁력이 먹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최근 전기 SUV에 공들이는 KGM이 BYD 진출에 더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직 내연기관차에 집중하고 있는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도 향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제약을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KGM은 동급 대비 저가 전기차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채 5%도 되지 않는다"며 "있는 점유율마저 BYD가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고객들이 업무용 차량이나 렌터카 등 B2B 시장에서 BYD 차량을 시승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 BYD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며 "나중에 BYD의 판매 성과가 두드러진다면,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가격 인상도 일부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고 가격을 4383만~5946만원으로 책정했다. 2024년형과 비교할 때 최대 546만원 인상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풀옵션을 선택하면 7인승 기준 가격이 7150만원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내수 완성차 시장 점유율(완성차 5개사 기준)은 총 135만6706대에서 124만5020대로 91.8% 비중이다. 이는 5년 전인 2020년 83.4%보다 약 8% 이상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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