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17 16:23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두고 탄핵 정국이 막바지에 이르자,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22.03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2.2%)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2월 들어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빗발치며 가공식품 물가지수를 끌어 올릴 전망이다.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의 주된 이유로 원재료 인상을 들고 있다. 최근 롯데웰푸드를 비롯한 주요 제과업체들은 코코아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2월부터 자사 초콜릿 제품 '가나마일드' 가격을 약 21%(2800→3400원), 오리온은 지난해 12월부터 '비쵸비' 가격을 약 20%(3000→3600원) 인상했다.
경제 데이터 분석·제공 플랫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글로벌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톤당 약 7300달러(4200→1만1500달러) 치솟았다. 이는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의 기후 변화와 생산량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체들이 밝힌 초콜릿 제품의 가격 인상에 대한 이유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코코아 가격은 올해 1월 말부터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제과업체인 몬델리즈의 루카 자라멜라 최고재무책임자는 "높은 원물 가격이 유지되더라도 코코아 시장이 하락할 때 원물을 대량 확보하거나, 초콜릿 생산에 투입되는 다른 재료의 비용을 줄이면서 가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초콜릿 가격을 인상한 오리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향후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23년 글로벌 코코아의 톤당 가격이 연간 약 1700달러 상승했을 당시 롯데웰푸드는 ABC 초콜릿의 중량을 210g에서 200g으로 줄였고, 빼빼로는 52g에서 43g으로 줄인 바 있다.
이처럼 주요 식품 기업이 원재료 값이 상승한 시기에 슈링크플레이션을 활용한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가격 인상이 어려워질 때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커피 원두 가격의 급등에 따라 저가형 커피 브랜드까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지난 2019년 톤당 2242달러에서 지난 2024년 톤당 4972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또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의 가격은 지난 2019년 톤당 1403달러에서 지난 2024년 4076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 '컴포즈커피'는 이달 20%가량 가격을 올렸고, 이보다 앞서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인스턴트 커피·커피믹스·커피음료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이런 국내 식품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움직임은 탄핵 정국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초콜릿 제품군의 가격 인상은 올해 상반기가 절정일 것"이라며 "헌재 판결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물가안정 정책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물가안정 정책을 펼치면 식품 기업들은 쉽게 가격을 인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 정부를 염두에 두고 최대한 가격을 올려놓는 방향으로 원재룟값 상승을 대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