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2.21 16:21
차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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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매운맛이 갑자기 순한맛으로 바뀌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해 6월 우리금융에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뒤 중간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8개월 동안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과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금융 행태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다", "임종룡 회장 재임 때도 부당대출 관련 거래가 확인됐다"는 등 압박 수위가 상당했다.

중간 검사결과 역시 우리은행를 포함해 4곳의 금융회사도 포함됐지만, 대부분 우리은행에 대한 문제점이 대거 나열돼 있어 현 경영진이 퇴진하지 않는 한 악연은 계속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사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만에 이복현 원장과 임종룡 회장은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옆자리에 앉아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단순 헤프닝으로 여길 수 있지만 최근 열린 은행장 간담회 직후 이복현 원장은 "임 회장이 임기를 채우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기회가 될 때마다 사석에서 밝혀 왔다"며 "우리은행 내 파벌도 존재하고 내부통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임 회장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거버넌스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해 현장에 모인 이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금융권은 180도 태도를 바뀐 이 원장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반응이다. 우리은행에 대해 매운맛을 예고한 8개월 동안 해당 은행은 비리의 온상이란 낙인이 찍혔다. 부당대출에 대한 내부통제 미흡이라는 문제가 있었지만, 재판에서 가려져야 할 시시비비를 금감원이 먼저 결과를 매듭지어 버린 꼴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일관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정권과 밀접한 인사들이 금감원장으로 선임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한다는 것이다.

이복현 원장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8년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키코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낸 게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사안인데 은행을 압박해 키코 피해 기업에 배상토록 추진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이 환율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은행이 키코와 같은 환헤지 상품을 공급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개입은 후유증을 남긴다. 이 때문에 행동 하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경찰로 불리는 금감원 수장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일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시장질서를 바로잡는데 비위 적발로만 확립할 수 없다. 시장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이해도와 경험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이 원장은 오는 6월 임기를 마친다. 

금감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 대상이 아니지만 금융권 검사와 감독권을 가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중차대한 자리에 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은 중요하다. 

후임자는 금융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내려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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