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2.01 12:00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양보다는 질' 금융당국이 국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올해 주식시장 슬로건이다.

앞서 당국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증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장폐지 제도 손질을 공언했다. 이른바 '좀비기업'들의 퇴출에 속도를 냄으로써 건강한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5년간 국내 상장회사 수는 17.7% 늘었다. 반대로 퇴출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결과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3.8%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상장사가 3.5% 증가했음에도 주가 상승률이 82.6%에 달했단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금융위원회는 상장 유지 기준을 높이면서도, 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코스피의 경우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을 각각 50억·50억원에서 500억·300억원으로 늘리며, 코스닥 역시 현재 40억·30억원에서 300억·100억원으로 기준을 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최대 4년이 소요되던 상폐 심사기간도 절반인 2년으로 축소한다.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오는 2029년 현재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199개사가 '상폐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우선 투자자 입장에서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은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측면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코스닥에 대거 포진한 '기술특례' 등 성장성을 지난 상장사가 단순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해 퇴출당할 수 있다는 위험성, 상폐기업 투자자들의 피해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도 개선된 상폐 제도 시행에 불투명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중요한 건 금융당국의 의지다. 상폐제도 개선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이미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당국 수장들도 수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보기 좋은 정책도, 시행하지 못하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국내 증시는 이제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개인 투자자에게 소외당하고 있다. 이미 개미들은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는 해외주식이나 가상자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국내 증시의 건전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가 붙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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