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3.05 18:48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금융부채에 대응하고자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진=뉴스1)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금융부채에 대응하고자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돌입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홈플러스에 제품을 납품해온 업체들이 납품 중단에 나설 수 있고, 소비자들마저 점포 방문을 꺼리게 돼 매출 급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곧장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나선 이유를 두고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정기 평가 결과에 따른 '극약 처방'으로 해석했다.

신평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낮췄다. 세부적으로 홈플러스의 수익 창출이 미미한 점, 향후 실적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 재무 부담 가중 등을 지목하며 기존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했다. A3-는 투기 등급인 B단계의 바로 위 단계다. B등급까지 떨어지면 금융권의 추가 대출은 엄두를 내지 못하며, 기존의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거나 금리 인상이라는 직격탄까지 맞을 수 있다.

서민호 한신평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2022년 영업손실 전환 이후 실적 회복이 더디며, 고정비용 부담도 덜어내지 못해 적자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자산 매각으로 차입금 상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부채비율이 1400%를 넘어서며 총부채가 총자산의 14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2021~2023년 3개년 누적 손실액은 5931억원이다. 지난해도 적자폭을 키운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보유한 우선주의 상환조건 개정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향후 부채비율을 400%대까지 낮출 것이라 설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에서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이유로 기업회생을 고의로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국내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차입금(인수금융) 규모는 약 2조7000억원이며, 금융부채 대부분은 4조7000억원 수준의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삼고 있다.

즉, 회사의 파산 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회생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업회생을 통한 금융권의 채무 상환 유예부터 임대 점포의 임대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목적이 다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점포 리뉴얼에 나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제공=홈플러스)
지난해 점포 리뉴얼에 나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제공=홈플러스)

다만, 기업회생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품을 공급하던 협력사들도 거래대금을 받은 이후부터 납품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기업회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고 판단했겠지만, 소비자들이 다른 대형마트로 이동하면서 점포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며 "특히 다수 협력사가 거래대금을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점포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단숨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이 철저히 외면되는 상황에서 이번 기업회생은 매각 작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MBK가 헐값 매각을 각오한 행보인지 알 수 없지만, 매각을 고려한다면 상식 밖의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와 관계없이 전국 점포의 정상 영업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일부 협력사는 벌써부터 홈플러스와 손을 떼고 있다. 이날 CJ푸드빌과 CJ CGV, 신라면세점, 에버랜드, 서울랜드 등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자체 상품권에 대해 사용 중단 조치를 내렸다. 홈플러스 회생절차로 인해 상품권 변제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 이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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