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5.03.15 16:40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국무역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현지 철강 진출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국무역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현지 철강 진출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미국 정부가 올해 1월 우리나라를 '민감국가'에 등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러한 사실에 한미동맹이 금이 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주장하고 나섰다.

15일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에 기재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 일명 미국과 척을 지는 비협조국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민감국가에 지정된 국가들은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없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은 미국의 주요 민감국가며, 한국은 해당국과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민감국가 목록에서 북한·이란은 '테러지원국'으로, 중국·러시아는 '위험국가'로 분류된다. 한국은 '기타 지정국'으로 위험도가 가장 낮은 국가로 분류됐지만, 한미동맹에 상당한 금이 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무력시위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민감국가 해제를 촉구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한참 늦게 민감국가 지정 상황을 알게 돼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다만, 이번 조치가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1월 초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져 개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여론이 주된 이유가 아니었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북한의 도발에 맞서 전술핵 배치 혹은 자체 핵 무장론 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핵 무장론 찬성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DOE는 이번 조치로 한미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상호 방문이나 기술 협력 사업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다음 달 15일 민감국가 효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첨단기술 분야의 긴밀한 협력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민감국가 분류 움직임 소문에 대해 "비공식 제보로 받은 것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미국 행정부로부터 어떠한 입장을 받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15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한편,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민감국가 지정 소식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이유가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고 수준의 한미동맹이라더니, 민감 국가 지정인가. 내란도 모자라 한미동맹도 흔드는 위험한 정권을 하루빨리 파면해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민감국가 지정 이유가 윤석열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자체 핵무장, 핵잠재력 확보 발언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정상화해 국가 안보를 다시 챙기는 일은 내란우두머리, 대통령직 무게를 망각하고 미국에 가서 자체 핵무장 능력 운운한 아둔한 자의 신속한 파면에서 시작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도 광화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되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이냐"며 "당국에 책임을 물어야하고, 민주당은 이 모든 혼란의 원흉인 윤석열을 즉각 탄핵해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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