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5.03.17 13:28

IT 산업 예외…여유자금 줄면 투자 감소로 기업가치 저해

한국은행. (사진=박성민 기자)
한국은행.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다만 IT 산업의 경우 주주환원 확대가 투자감소로 이어져 기업가치 제고에 방해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7일 발간한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G20 회원국 중 16개국과 비교·파악한 결과 국내 상장기업 기업 가치는 성장성과 안정성 대비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가치의 저평가 원인으로는 미흡한 주주환원과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가 주로 거론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경우 기업 가치가 제고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주주환원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주주보호를 강화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은 대체로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주주환원은 확대되고, 현금성자산 보유 규모는 축소됐다. 이는 일반주주의 권익이 강화될수록 기업이 주주환원을 적극 실시하는 반면, 반대의 경우 지배주주 혹은 경영자 재량으로 보다 쉽게 사용 가능한 현금 보유 유인이 커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의 주주환원은 기업 가치와 양의 관계를 보인 가운데 현금성자산은 주주보호 수준이 높은 경우에만 기업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결과는 투자자는 주주환원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며, 주주보호가 취약한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기업 가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시설투자, 연구개발과 같은 자본적지출이 기업 성장의 핵심 요소인 산업의 경우 여유 자금을 주주환원에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를 저해할 수 있다. 여유 자금이 줄면서 기업투자가 제약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반도체, 기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IT산업은 주주환원의 기업 가치 제고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실증분석 결과에서 기업의 자본적지출은 주주보호 또는 주주환원 정도와 관계 없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의 활발한 투자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지하고 있다"며 "주주보호 취약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 가치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환원 확대, 투자계획 공시 등의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은 자본적 지출이 기업 가치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기업 가치 제고 방안으로 주주환원뿐 아니라 자본투자의 중요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무엇보다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성장이 병행되도록 지배주주 위주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일반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개선 노력도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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