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2.17 10:11

보험 업계 지급여력 하락세…금리 인하·회계 제도 변경 영향
자본성증권 발행 잇달아…대외신인도 관리 위한 미봉책 지적

'생보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사진=박성민 기자)
'생보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보험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회계 제도 변경 여파 속 금리인하와 대외신인도 관리 압박으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유지 부담이 보다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킥스 비율은 206.8%로 전년 대비 44%p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손해보험의 킥스 비율은 188.1%로 27.8%p 감소했고, KB라이프생명은 265.3%로 64.5%p 줄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안정적 재무 건전성 관리를 위해 킥스 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에는 200% 이상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킥스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도입한 '무·저해지 보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꼽힌다.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고 보고 보수적인 해지율 가정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보험사의 CSM 감소로 이어져 킥스 하락을 불러온다.

이에 따라 대형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 방어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킥스 비율이 200% 미만(193.5%)으로 떨어졌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각각 164.1%, 170.1%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경과조치에도 불구하고 보험 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 여파가 심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입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2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1% 급감한 수치로 금융당국의 보수적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킥스 비율은 159.7%였다.

기준 금리 인하 기조는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방어에 어려움을 더할 전망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부채 적용 할인율이 줄어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보다 빨라져 킥스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출처=DB금융투자)
(출처=DB금융투자)

이와 같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후순위채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며 킥스 방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규모는 8조6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배 증가했다.

올해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한 보험사는 ▲한화손보 (5000억원 규모) ▲메리츠화재(3000억원 규모) ▲DB생명(3000억원 규모)이다.

이 외에도 DB손보의 4000억원 규모 후순위채와 동양생명의 약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자본 확충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곳도 있다. 롯데손보는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지난 5일 결국 철회 신고서를 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당시 "금리 상황과 급격한 경제적 대내외 여건 변화와 회계 제도 개정 등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어려운 조달 환경 속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발행해 이자 비용 부담만 늘어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킥스 하락이 실질적 재무 건전성 악화보단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며 일시적으로 이뤄진 것이란 업계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 속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보험사들이 킥스 비율 방어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보다는 혁신적 상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험 영업손익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재무 건전성 안정화 해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