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8 17:40
사상 첫 1분기 매출 70조 돌파…영업익 소폭 감소 전망
25% 자동차 관세가 반영되는 2분기부터 실적 '경고등'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6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매출은 사상 처음 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5% 자동차 관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취합한 현대차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43조2863억원, 영업이익 3조6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매출액 27조6037억원, 영업이익 3조239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은 5.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 줄 것으로 예상됐다.
전망대로라면 양사의 1분기 합산 매출은 70조8900억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 줄어든 6조8546억원으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1분기 실적 선방의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평균 1451원)과 미국 시장 내 판매 호조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부과 직전 북미 지역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며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수익성에 직격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SK증권은 이날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3조9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기아는 3조7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각각 낮췄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 내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전년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할 때 연간 약 5조2000억원, 가격을 10% 인상하고 수출 물량이 20% 줄어들 경우엔 최대 3조80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부담으로 인한 미국 생산 차량의 부품 가격 상승은 현지 생산 차량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포드 등 미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도 필연적"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올해 2분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을 75조3449억원, 영업이익은 7조2824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매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1% 감소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차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은 46조4821억원, 영업이익은 3조8898억원으로 제시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3.2% 늘고, 영업이익은 9.1% 줄어들었다. 기아의 경우 매출액은 28조8628억원, 영업이익은 3조3926억원으로 매출은 4.7%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6.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413만대 중 약 67%인 278만대가 수출됐고, 이 가운데 51%(143만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101만대를, 한국지엠이 41만대를 수출했다.
하나증권은 최근 평균 수출가격 기준으로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이를 전액 부담할 경우, 대당 약 800만원의 이익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이를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 물량에 적용하면 연간 손실 규모는 약 8조8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강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해 ▲생산능력 확충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 ▲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되면 연간 최대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을 포함하면 미국 내 연간 생산능력은 최대 12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그룹 물류 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자율주행·로봇·인공지능(AI)·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기술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한다. 기아 역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기준을 충족해 무관세 혜택을 확보하기 위해 멕시코 공장 연간 생산량을 현재 25만대에서 4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현대차와 제네럴모터스(GM)는 전기차 밴과 픽업트럭 모델을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현대차는 GM에 전기차 밴을 제공하고 GM은 중형 픽업트럭을 현대차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지 픽업 시장 진출 길을 열고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4~25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분기 실적과 향후 전략을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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