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4.28 18:06
24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대형마트 이용 고객으로 보이는 인물이 자전거도로에서 카트를 끌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대형마트 이용 고객으로 보이는 인물이 자전거도로에서 카트를 끌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대형마트 카트를 집 앞까지 끌고 가는 악성 고객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철상에 카트를 빼돌리는 절도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등, 대형마트마다 매해 100대 이상의 카트가 분실되거나 고장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좀처럼 줄지 않는 카트 분실·고장에 골머리를 썩이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형마트 관계자는 "카트 1개당 15만~20만원선에서 들여오고 있다"며 "매년 100대 이상 수준으로 카트 분실과 고장 사례가 꾸준히 발생해 수천만원의 비경상적 손실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만약 단가가 20만원인 카트를 매년 100대 분실할 경우, 회사가 연 2000만원의 비경상적 손실을 떠안는 셈이다. 비경상적 손실은 매출의 2.5%를 넘어야만 공시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형마트들은 '양심 불량 고객'으로 인한 손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처지다.

분실만이 문제는 아니다. 카트의 고장 사례도 빈번하다. 대형마트 카트는 실내에서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외부로 끌고 나가면 바퀴가 쉽게 손상되는 구조다. 카트 바퀴는 무빙워크와 맞물려지도록 설계돼 보도블럭이나 일반 도로에서 끌게 되면 강한 마찰력이 생긴다.

이는 도로와 보도블럭에 긁힘 손상을 주는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이렇게 손상된 카트는 바퀴를 갈아줘야 하고, 바퀴 4개를 갈아주는 교체 비용은 카트 구매값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전주시 한 대형마트에서는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매장을 방문한 한 고객이 제어장치 고무패드가 마모된 카트를 끌고 3층에서 내려가다가 카트를 놓치고 만 것이다. 이 고객은 무빙워크에 카트가 고정된 줄 알고 손에 힘을 풀었고, 카트는 쏜살같이 내려갔다. 23개월 된 아이를 안고 있던 B씨의 기지로 카트를 멈춰 세웠지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롯데마트 천호점 매장 입구 모습. (사진제공=롯데마트)
롯데마트 천호점 매장 입구 모습. (사진제공=롯데마트)

대형마트들은 카트 분실을 방지하고자 점포별 인근 주거지를 정기적으로 순찰해 카트를 회수하고 있으며,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의 제보를 받고 카트를 되찾기도 한다. 매장 정문에 '볼라드(일종의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카트 외부 유출을 막고 있지만, 이마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매장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전언이다. 직원이 카트 외부 유출을 발견하고 제지하려면 "고객을 도둑으로 취급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난감한 실정이다.

C대형마트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카드를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며 "명백한 절도지만 카트 1~2대로 기소 절차를 밟게 되면 비용과 들이는 시간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도를 범한 이들이 몰랐다고 주장하면 고의성 입증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사실상 악성 고객들과의 마찰을 피하고자 대형마트들이 카트 무단 반출을 알고도 모른 척 감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마다 매출 감소로 인한 고정비 축소에 사활을 걸고 있기에,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카트 관리만 전담하는 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형마트마다 인건비 절감으로 카트 전담 인력을 배정하기가 쉽지 않아진 상황"이라며 "고객 양심에 맡긴 자율적인 카트 이용이 어렵다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같이 엄벌에 처하는 본보기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GPS 추적기 등을 카트에 부착하는 현실적인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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