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01 14: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사용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고, 추후 집값이 올라도 시세차익분을 정부와 나눠 가져야 하는 주택을 누가 사려 할까요. 아무리 내 집 마련이 급한 2030 청년들이라도 이건 아니라고 보지 않겠습니까. 정책효과는 물론 추후 집값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도 없을 것이라 봅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인 '지분형 모기지'를 이같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분형 모기지란 개인이 주택 구매 시 주택금융공사(HF) 등 정책금융기관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대출 부담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예컨대 현금 1억원을 갖고 있는 A라는 사람이 10억원짜리 주택을 사고 싶으면 은행에서 4억원(40%)을 대출받고, HF가 나머지 5억원(50%)을 투자하는 형태다. 물론 A는 구매 이후 HF 지분에 대한 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A가 집값이 12억원까지 올라 판다고 하면 시세차익분 2억원도 HF 등과 나눠야 한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HF가 우선적으로 손실을 감당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구상으로, 오는 6월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언뜻 보면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정책처럼 보일 수 있으나, 부동산이 개인 자산으로 취급되고,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은 한국에서 지분 분할 방식이 얼마만큼 통할지는 의문"이라며 "과거에도 정부가 주택 구매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 주고, 차익을 공유하는 모기지 정책이 시행된 적이 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매수자의 대출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된 '손익 공유형 모기지'와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시행 초기에는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집값 하락 시 매수자 손실이 크고, 집값 상승 시에는 오히려 정부에 낼 사용료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더욱이 지방 같은 경우, 지분형 모기지가 도입되더라도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데 이 손실분을 HF가 메워야 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는 의미도 된다.
김 소장은 "애초 적게는 수십만에서 수백만호의 공급 효과가 기대되는 규모 있는 정책을 고작 4000억원의 사업비로 퉁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차라리 이 문제를 차기 정부 몫으로 넘겨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는 게 낫지, 지금의 구상은 탁상공론이자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지분형 모기지 같은 설익은 정책에서 알 수 있듯, 국내 부동산 시장의 고질병인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도 아마추어 부동산 정책이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고금리 이후 전국적으로 아파트 포함 주택 거래가 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거래절벽 상황에서 집값 추이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집값은 지난 2년여간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금리 인하 내지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등 외적 변수에 따라 들썩였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고른 상승장은 한 번도 없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서울 집값만 오르고, 나머지는 집값은커녕 거래도 보기 드문 현상이 6·3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같은 부동산 양극화를 부채질한 정책 중 한 예로 다주택자 규제를 들었다.
김 소장은 "금액이 아닌 단순 보유 주택 수라는 이상한 기준으로 징벌적으로 세금을 매기니 지방에 많은 주택을 갖고 있다 한들 모두 '세금 먹는 하마'가 된다"며 "세금 때문에 임대료 수익도 남는 게 없고, 거주수요는 없는데 임대료는 올릴 수밖에 없으니 지방에 손꼽힌다는 안면 있는 부동산 부자들은 이를 모두 처분하고 서울에 '똑똑한 아파트 한 채' 마련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는 분명 부동산 시장에서 지방 주택 공급이라는 순기능도 담당한다. 지역 소멸 문제를 막기 위해 이들에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제발 지방에 집 좀 사주십시오'라고 해야 할 판에 오히려 규제를 해 다주택자들은 곧 세금 자판기라는 인식만 심어줬다는 것이다.
통상 부동산 세금은 크게 보유세·취득세·양도세 세 가지로 나뉜다. 재산세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주택자는 세율이 낮을뿐더러, 공시가격 13억원 이하 주택은 아예 면세다. 반면 다주택자는 보유한 주택 수만큼 중과세가 부과되며, 이는 정부 지정 투기·조정대상지역으로 갈수록 가중된다. 양도세도 이와 비슷한 형태다. 1주택자는 최대 12억원짜리 주택까지 비과세 혜택 등이 가능하고, 다주택자는 양도 시 집값의 최대 62%까지 중과된다.
김 소장은 "여기에 저출산 현상이 겹쳤고, 지방에 젊은이들이 있더라도 나이가 차면 모두 서울에 주택을 마련하고 돈 벌 생각을 한다"며 "또 이들의 서울 거주를 위해 지방 본가에서 원조까지 해주니 지역자본의 서울 집중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또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에 제기된 정부 기능 세종시 이전이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한 수단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김 소장은 "쉬운 예로 낙후된 청와대 인근 지역과 용산 집무실 이전 사례를 떠올리면 된다"며 "국회까지 송두리째 세종시로 옮긴다면 모를까, 정부 일부 기능 및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반짝 집값 상승 효과만 줄 뿐, 상징적 시그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부동산 양극화는 뚜렷한 답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런 상황일지라도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려 노력했던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90년대 경기침체 때 구조조정 및 각종 사회시스템 변혁을 거친 일본과 달리 한국 정부는 사실상 경기침체 시발점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터진 지 3년이 됐는데도 굉장히 인식이 안일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부동산 양극화 폐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방에 교육예산을 쏟아붓고, 공장을 이전한다는 대기업들에게는 만족할 만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론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며 "한국 부동산 시장의 진정한 문제는 양극화가 아니라 답이 없다고 정부가 이만한 노력을 안 기울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경제연구소 운영 외에도 KDI한국개발연구원 부동산 자문 및 KB국민은행 상담위원, 조선일보 건축주대학 멘토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YTN '생생경제' 코너 고정패널로 출연 중이며, 저서로 '한 권으로 끝내는 서울 아파트 투자지도'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