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5.12 20:00

인천은 증편·신규 취항, 김해는 감편…수도권 쏠림 심화
전문가 "공정위 조건 이행" vs "지역 교통권 침해" 분분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통해 국내 유일의 대형 항공사(FSC)로 남은 가운데, 최근 부산 김해공항 등 지방공항에서 국제선 운항 편수를 줄이면서 '지방 홀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에서는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이 확대되고, 신규 취항도 이어지면서 수도권 중심의 독점 구조가 심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공항공사의 항공 통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 편수는 5657편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675편보다 41.5% 감소했다. 2018년(1만795편)과 비교하면 4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1~3월) 김해공항 운항 편수 역시 1632편으로, 2019년 같은 기간(2580편) 대비 36.7% 감소했다.     

인천과 김포공항을 제외한 지방 공항들도 유사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제주공항 국제선 운항편은 543편으로, 2019년(1341편)보다 59.5% 줄어든 수치다. 반면 인천공항 국제선 운항은 같은 기간 7만5959편으로 감소 폭이 5.8%에 그쳤다. 김포공항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5~12월 대한항공 항공스케줄 분석 표. (출처=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 홈페이지)
올해 5~12월 대한항공 항공스케줄 분석 표. (출처=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 홈페이지)

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행정문화위원회·비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자회사 진에어가 오는 25일부터 부산~나리타 노선을 하루 3편(오전 7시 45분, 오전 9시 20분, 오후 4시)에서 하루 2편(오전 7시 45분, 오전 9시 20분)으로 감축한다. 나리타발 부산행 노선도 기존 3편(오전 10시 50분, 오후 12시 45분, 오후 7시 20분)에서 2편(오전 10시 50분, 오후 12시 45분)으로 줄어든다.

부산~후쿠오카 노선도 감축한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지금까지 해당 노선을 오전 9시 5분과 오후 6시 하루 2편 운항해 왔으나, 이달 25일부터는 오후 6시 1편만 운영할 계획이다.

최정호(오른쪽 다섯 번째)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일본 고베 노선 신규 취항 기념행사에서 주요 관계자들 및 KE731편 운항·객실 승무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최정호(오른쪽 다섯 번째)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일본 고베 노선 신규 취항 기념행사에서 주요 관계자들 및 KE731편 운항·객실 승무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반면 같은 기간 인천발 나리타행은 늘어난다. 하루 평균 5.5편 운항해 오던 노선은 격일 운항 없이 하루 6편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고베 노선이 신규로 취항 중이다. 특히 부산~후쿠오카 노선이 올해 10월 이후부터 저비용항공사(LCC)로 전환될 예정인 가운데, 인천 노선은 오히려 확대되자 수도권 중심의 항공 독점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지방의 주요 국제선이 줄고 수도권은 늘었다"며 대한항공이 지역민의 이동권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공정한 시장이라 보기 어렵고, 이는 수도권 중심 독점구조의 결과"라며 "지방을 무시한 항공사의 전략은 국가 균형발전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산에 대한 홀대가 아니라 항공기 수급 불균형 문제로 인한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부산발 일본 노선은 대한항공 외에도 LCC가 운영 중이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충분한 수요가 없었을 수 있다"며 "김해공항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은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요와 탑승률을 고려해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탑승률 데이터를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 보인다. 지난 3월 기준 김해공항의 나리타와 후쿠오카 노선은 B737-900기종(188석)을 투입하며 각각 평균 탑승률이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한 달간 후쿠오카 노선은 하루 2편씩 총 62편이 운항했다. 총 1만1656석에 출발 여객(1만827명)과 도착 여객(1만804명) 각각 평균 탑승률은 각각 92.9%, 92.7%를 기록했다. 나리타 노선은 90~91% 수준으로, 김포공항의 오사카 노선(78%)보다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지방 노선 감축을 두고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그 배경에는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이 있다. 당시 공정위는 항공업계 안팎의 거센 우려에 독과점 해소를 명목으로 구조적·행태적 조치를 병행하는 '조건부 승인'을 한 바 있다.

구조적 조치로는 양사와 관련 3개 LCC의 합병 이후에도 기존의 경쟁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중복 노선에 대해 슬롯과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도록 했고, 행태적 조치로는 운임 인상 제한, 좌석 공급 축소 금지, 서비스 질 유지, 마일리지 통합 등 다양한 의무 조항이 부과됐다. 이 조치들은 신규 항공사의 진입이 완료될 때까지 유지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견된 결과로 대한항공이 합산 점유율 50% 이하를 맞추기 위해 구조적 조정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이 우선 감축 대상이 됐다"며 "노선 재조정의 명분과 당위성은 확보했지만, 그 여파로 부산 등 지방 노선이 조정되며 지역 주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인천 중심으로 승객이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 지역민의 교통 편의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비행기로 40분이면 충분하지만, 김해공항 노선이 줄어들면 인천공항까지 이동해 5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지방 교통 접근성과 그에 따른 시간·경제적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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