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4.05 10: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화학적 결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화학적 결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12월 기업 결합 절차를 마치고, 내년 말 완전 통합을 목표로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양사 마일리지의 통합 비율은 최대 관심사다. 오는 6월쯤 통합 방식의 윤곽이 나올 예정이지만, 제휴 신용카드의 적립률 차이 등으로 인해  1대 1 통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통합 진에어'를 중심으로 재편한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에어프레미아 인수도 추진하면서 제주항공, 통합 진에어와 함께 LCC 시장이 '3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최근 잇따른 항공기 엔진 결함 사고로 항공기 유지·보수·운영(MRO)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가 엔진 중정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항공 안전 강화를 위한 MRO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고유가 등 복합 위기 속에서 FSC와 LCC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의 사회적 영향, LCC 재편 구도, MRO 역량 강화 방안, 항공 정비에 인공지능(AI) 도입 시 기대 효과 등에 대해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양사 마일리지 통합, 공정한 가치 조정 해법이 궁금하다.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적립 방식이 다르다.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는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되며 이 차이는 소비자들도 인지하고 카드 사용 등을 해왔다. 따라서 모든 마일리지를 1대 1로 병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현실적인 해법은 '투트랙' 방식이다. 항공권 구매로 적립된 마일리지는 1대 1 병합하고, 카드사 등을 통한 마일리지는 기존 적립 비율에 따라 반영하자는 것이다.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중요하게 봐야 하며, 중요한 건 고객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4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보딩 데이'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신규 기업가치체계 'KE Way'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지난달 4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보딩 데이'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신규 기업가치체계 'KE Way'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결합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조직문화나 인사 체계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이번 통합에서 핵심적인 이슈는 '임금 체계'라고 본다. 현재 양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 차이가 2000만원 정도다. 모든 직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직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등한 수준의 임금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 조직 내에 불만과 위축이 발생해 조직 전체의 동기부여와 생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임금 문제를 해결하면 나머지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통합 이후 항공권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항공권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조적·행태적 조치를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다. 국토교통부도 운임 급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프로슈머'로, 가격 비교에 능하고 해외 항공사와의 경쟁도 존재하기 때문에 우려할 만큼의 가격으로 폭리를 취할 수가 없다. 또 공정위는 지난 2019년 대비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았는데, 약 10년간 유지될 전망이다. 이후에는 국토부의 감독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제도적 장치로 통합 이후에도 가격 인상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티웨이항공 항공기. (사진제공=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 항공기. (사진제공=티웨이항공)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인수의 영향은.

"대명소노그룹의 행보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라고 생각한다. 관광·레저 산업에 강점을 지닌 대명소노가 항공업과 결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LCC로서 양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도 사례로 남을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LCC는 단거리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다. 이들이 장거리 LCC 모델을 택했다는 점에서 수익 구조는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프런티어' 정신도 중요하며, 도전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항공산업 내 경쟁 균형을 위해서라도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에 맞설 대항마가 필요하다. 대명소노의 두 항공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LCC라는 틀을 벗고 새로운 FSC로 출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노 에어' 같은 새로운 브랜드로 아시아나항공의 빈자리를 메워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LCC '빅3' 체제가 소비자에 미칠 혜택과 우려는.

"기업의 크기가 커지면 활동 범위와 사업 규모도 확장하는데, 이는 곧 항공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LCC가 대형화되면 노선 범위와 효율성이 커져 소비자들이 다양한 항공편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특히 통합된 LCC가 FSC와 연계해 노선을 확장할 경우, 더 넓은 선택지가 제공될 수 있다. 하지만 운임 측면에서는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LCC 간 치열한 출혈 경쟁 덕분에 소비자들이 많은 가격 혜택과 프로모션을 누릴 수 있었지만, 시장 재편 후 과점 체제가 형성되면 가격 경쟁이 약화할 수 있다. 특히 LCC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데, 통합 후에는 할인 항공권이나 프로모션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잇따른 항공기 사고 속 안전 강화를 위한 업계의 과제는.

"항공사고가 나는 게 교통사고 날 확률보다 적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항공사고는 통계적으로 드물지만, 한 번 발생했을 때의 충격과 피해는 매우 크기 때문에 체감 위험은 절대 작지 않다. 최근 사고는 정기적인 정비와 검증된 부품 사용 등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생각한다. LCC는 해외 정비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데, 앞으로 자체 정비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지금까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정비 예산을 최소화해 왔던 LCC도 이제는 과감한 안전 투자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대형 항공사든 저비용항공사든 관계없이, 항공 안전문제는 업계 전체가 책임지고 강화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한항공-보잉-GE 3사 협력 강화를 위한 서명식'에서 조원태(오른쪽에서 네 번째) 한진그룹 회장과 켈리 오트버그(왼쪽에서 네 번째) 보잉 최고 경영자 등 양국 정부와 기업 대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한항공-보잉-GE 3사 협력 강화를 위한 서명식'에서 조원태(오른쪽에서 네 번째) 한진그룹 회장과 켈리 오트버그(왼쪽에서 네 번째) 보잉 최고 경영자 등 양국 정부와 기업 대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의 보잉 및 GE 계약은 '대미 투자' 성격인가.

"해당 계약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개인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외교·통상 전략과 연계된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은 과거 정상회담 때마다 '세일즈 외교'의 일환으로 자국 기업인 보잉 항공기 구매를 요청해 왔고, 이번 계약도 그런 외교적 맥락 속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민간 여객기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만큼, 항공기 구매를 통해 미국에 '투자'하면서 철강,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서의 관세 완화 효과를 노린 협상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승인해 준 것에 대한 일종의 보답 성격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번 계약은 단순한 상업적 거래가 아니라, 국가 간 통상 외교와 산업 전략이 맞물린 대미 투자 성격이 짙은 결정이라 판단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가 대한항공과 LCC가 취해야 할 생존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가 대한항공과 LCC가 취해야 할 생존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핵심은 '피보팅(Pivoting)' 전략으로, 시장 변화에 따라 전략의 중심축을 유연하게 옮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코로나 시기 화물 운임이 급등하자 과감히 여객에서 화물로 중심을 전환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바 있다. 이제는 코로나가 회복된 만큼, 다시 민간 여객 중심으로 전략을 조정하면 된다. 다만 화물 운송은 여전히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고환율, 고유가로 부담이 크긴 해도, 티켓 가격 반영과 '환헤지'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대한항공처럼 역량이 있는 항공사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LCC는 수익 노선 확보와 비용 효율이 핵심이다. 일본·중국 등 수익성이 높은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원가 절감을 위한 최적화 전략이 필요하다."

-항공업계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국토교통부가 항공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항공산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담 부처, 예를 들어 '항공청'과 같은 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공업계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더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정책 대응이 가능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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