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5.06.18 14:55

수도권, 양호한 소득에도 주거비 부담으로 소비여력 줄어

한국은행. (사진=박성민 기자)
한국은행.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0%) 근방에서 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에도 물가 안정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가공식품 및 주거비 부담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중 가공식품 및 일부 서비스 가격이 인상된 점은 연중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낮은 수요압력 등이 이를 상쇄하면서 하반기중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모두 1%대 후반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2%에서 5월 1.9%로 낮아졌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1.9%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한은은 '경제전망'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식품 및 일부 서비스가격 인상 움직임에 따른 상방요인과 낮은 수요압력, 유가 하락 등 하방요인이 상쇄되면서 2월 예상(1.9%)에 부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기를 거치며 높아진 물가수준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가공식품·외식물가 오름세가 강한 가운데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가계의 주거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간 주택시장 양극화는 주거비를 포함한 체감물가의 지역별 차별화, 건설경기 부진 장기화, 거시건전성 위험 증대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소득여건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주거비부담이 높은 체감물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실제 소비여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대출규제 등 맞춤형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가계대출의 수도권 쏠림을 억제하고, 지역 부실사업장에 대한 PF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수도권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건설용 토지가 제한된 수도권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가운데 광역교통망을 포괄한 신도시 조성이 원활히 추진돼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역 거점도시 육성 등을 통해 비수도권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과도한 지역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을 주요국OECD과 비교해보면 의·식·주 등 필수재의 물가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수준은 OECD 평균(10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식료품 가격은 농축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가격도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과일·채소·육류가격 수준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며, 빵이나 유지류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도 높은 편이다.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은 데다 유통비용이 높은 점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필수재의 높은 가격 수준은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가계가 높아진 물가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 수준 근방에서 안정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은 가계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규제 및 진입장벽 완화 등을 통해 기업간 경쟁을 촉진하고,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특정 품목의 충격이 여타 품목으로 확산되는 정도를 완화해야 한다"며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수준 상승으로 취약가계의 부담이 크게 높아져 있는 현실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할당관세 등을 통해 농산물 등 수입원재료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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