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03 18:10
테슬라, 로보택시 유료 운행 개시…국내 법·제도 미비로 상용화 요원
전문가 "양사 기술 방식 '일장일단'…향후 테슬라 '게임 체인저' 가능"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최근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개시하며 무인 모빌리티 시장의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간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가 독점해 온 시장에 테슬라가 도전장을 내민 반면, 현대차·기아는 국내 규제라는 보이지 않는 '방지턱'에 막혀 상용화가 요원한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 도심에 로보택시를 투입해 유료 승객을 태우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인 테슬라 차량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요금을 받고 운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기술 집약 결과"라며 "AI 칩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테슬라 차량은 라이다 없이 8개의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지오펜싱(Geofencing)' 기술을 통해 특정 지역 내에서만 운행된다. 요금은 약 4.2달러(약 5800원) 수준이다. 지오펜싱은 지도 위에 특정 구역 안에서만 서비스가 동작하도록 제한하는 기술이다.

웨이모는 이미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오스틴 등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누적 유료 승차 건수는 1000만 건을 돌파했다.
두 기업의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웨이모는 정밀지도와 라이다 기반의 고정밀 주행 기술에 의존해 사고율이 낮고 안전성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다만 지도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이나 오프로드 환경에서는 운행이 어렵고, 고가 장비를 탑재한 차량만 운영 가능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테슬라는 실제 도로 환경을 실시간 영상으로 인식·해석하는 '비지도 학습' 기반 기술을 통해 지도가 없는 지역에서도 주행할 수 있어, 높은 범용성과 확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그러나 운행 초기에는 오작동 우려가 있으며, 실제로 운행 첫날부터 과속이나 진입 금지 차선 침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두 방식의 장단점이 공존한다고 평가하면서도, 테슬라의 기술이 향후 로보택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웨이모는 특정 지역 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지만, 테슬라는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어 파괴력이 크다"며 "지오펜싱 기반의 웨이모 방식은 전국 단위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복잡한 도심, 예컨대 부산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해야 진정한 상용화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무인 로보택시 운행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다. 어린이·노인 보호구역에는 운전자가 동승해야 하고, 보행자의 시선 인지를 확인하는 '아이콘택트' 기술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연구가 어렵다"며 "테슬라는 수백 대의 차량을 활용해 실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이 같은 대규모 테스트가 부족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테슬라는 8개의 카메라로 비용 효율성을 확보했지만, 악천후나 야간에는 인식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기존 차량에 OTA(무선 업데이트)를 적용하면 수백만 대가 순식간에 로보택시로 전환될 수 있어, 향후 시장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전국 42곳에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하고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제도적 기반 없이 시범운행만으로는 상용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자율주행 기술은 글로벌 선도 기업에 비해 '레벨4' 상용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2021년 미국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통해 로스앤젤레스에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이 역시 특정 구역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같은 해 '레벨3' 기술을 완성했으나, 상용화는 지난해 6월 무기한 연기됐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강남 일대에서 심야 시간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 강동구·송파구 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고 책임을 둘러싼 법·제도 미비다. 현재 국내 관련 법제는 자율주행 3단계(조건부 자동화)에 머물러 있으며, 골목길 등 일부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동승이 필수다. 자율주행 4단계부터는 상시 무인 운행이 가능하지만, 사고 발생 시 제조사·운전자·탑승자 간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상용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시범 서비스는 운전자가 동승하는 3단계 수준으로, 사고 발생 시 현행 도로교통법 적용이 가능하다.

한편,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전날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정태호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장은 "AI 3강 도약을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율주행 산업을 국가 전략과 연계된 핵심 분야로 평가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수소, 로보틱스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양희원 현대차그룹 사장은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선도하려면 기업의 과감한 도전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긴밀하게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