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7.12 10:52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실세이자,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의 진원지인 국가안보실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격노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은 11일 이뤄진 김 전 차장 소환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차장은 격노설이 나온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 당시 상황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한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라며 격노했다.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은 'VIP 격노설' 규명을 위해 핵심 참모이자, 당일 회의에 참석했던 김 전 차장을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오후 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7시간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김 전 차장은 조사 후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지 않았다는 주장 그대로인가', '이첩 보류 지시는 윤 전 대통령과 무관한가', '회의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는 정말 없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했다. 그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말하겠다"라며 "성실히 답했다"라는 짧은 답만 남기고 귀가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준비한 조사 내용을 모두 마쳐 심야 조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또 "김 전 차장에 대한 추가 조사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장은 그동안 국회 증언 등을 통해 당시 회의에선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도 없었다며 '격노설'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인 'VIP 격노설' 규명에 있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실세 참모였던 김 전 차장으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혐의를 다지고 주요 관계자 소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당장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안보실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던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등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 소환해 진상 규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전날 순직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사저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 했다.

압수수색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돼 자택엔 김건희 여사 혼자 있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애플 아이폰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잠금이 걸려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0일부터 이틀에 걸쳐 ▲국방부(법무관리관실·국방정책실·대변인실·군사보좌관실 등)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이 전 장관·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전 안보실 국방비서관)·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전 안보실장)·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전 안보실 2차장)·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의 비화폰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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