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09 13:27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북한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 '두 국가론'을 조언했다. 이는 헌법에 수록된 남북통일의 국가적 과제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대선 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개헌 논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임 이사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평화와 협력은 길을 잃고 남북간 대화 재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변화를 원하는 흐름은 뚜렷하다. 대북전단을 전면 중지시키고 확성기 해체 등 발빠르게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나가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조건과 상황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라며 "하노이 회담이 불발된 이후 북은 긴 시간 동안 종합적인 평가를 거쳤다. 그리고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다"고 진단했다.
임 이사장은 "이 변화된 현실을 우리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김대중 정부가 내세웠던 정경분리의 원칙은 지금 시점에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조언했다.
그는 "정경분리를 선언하고 다른 문제를 분리하여 추진해야 한다"며 "모든 문제를 연계한다면 어쩌면 이 정부 내내 대화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북의 실체에 대해 존중하고 인정하는 조치들도 가능할 것이며, 헌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해석을 현실에 맞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국가보안법 문제도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북한이라는 호칭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서로의 실체를 명실상부하게 인정하는 것은 대화를 위한 중요한 바탕이다. 한미연합훈련도 한반도 평화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고, 관성적이고 부분적인 조치로는 문제를 헤쳐가기 어렵다. 용기 있는 성찰과 담대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임 이사장은 지난해 9월 19일 광주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두 국가론을 주장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왔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피를 나눈 형제가 외국인이 될 수 없다", "남북은 결코 별개의 두 국가가 될 수 없다"며 임 이사장의 두 국가론을 정면 부정했다.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 역시 두 국가론은 역대 정부의 민족통일 노력을 부정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헌법에서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규정을 신설하라"며 통일을 포기한 두 국가를 공식 인정했다. 다만, 아직까지 북한 헌법이 바뀌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통일 반대가 김정은 세습 체제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외교가의 분석을 반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