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8.27 18:30

한미 관세 협상 한 달 지났지만…트럼프 서명 지연에 車 관세 25% 그대로
日·EU도 품목관세 인하 지연…한국, 후순위 우려 속 일괄처리 가능성 제기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됐지만,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인하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완성차와 부품업계는 지난 4월과 5월 부과된 25% 관세 부담을 그대로 안고 있는 가운데 발효 시점이 나오지 않아 초조함 속에서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관세 협상 시한일을 하루 남기고 미국과 협상을 타결해 이달 7일부터 상호관세 15%를 적용받고 있지만, 자동차 등 주요 품목 관세의 발효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효를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이 필요한데, 협상 후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재명(왼쪽 세 번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엄지를 치켜 올리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백악관 페이스북)
이재명(왼쪽 세 번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엄지를 치켜 올리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백악관 페이스북)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우리는 거래를 완료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국 과거 합의대로 거래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실제 인하 조치는 뒤따르지 않으면서 업계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

25%의 고율 관세 여파로 완성차업계의 이익 악화는 현실화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총 1조6142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단순 계산하면 매달 약 5333억원의 손실이다. 관세가 15%로 낮아질 경우 월 손실액은 32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인하가 한 달 늦어질 때마다 약 2100억원, 하루 7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신차 출시 지연과 연구개발 투자 위축 등 파급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경북 경주시 명계3일반산업단지에 차량용 AS 부품 공급을 위한 영남물류센터를 신축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경북 경주시 명계3일반산업단지에 차량용 AS 부품 공급을 위한 영남물류센터를 신축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완성차 업체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품업계도 초조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전국 권역의 자동차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규모가 작은 업체가 많은 부품업계가 완성차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미국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21년 30.3%에서 지난해 36.5%로 늘었고, 이에 따라 미국의 25% 관세 부과 대상도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2600여개 업체가 연간 152억달러(약 21조2283억원) 규모의 대미 수출을 했는데, 이 물량이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부품업계는 이날 관련 기업 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과 애로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훈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실장은 "EU와 일본도 아직 품목 관세 발효가 안 된 만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15%로 낮춰져야 부담이 줄겠지만, 지금은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기보다는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각각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지연되면서 여전히 기존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발효를 바라면서도 EU와 일본의 결과를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상환 한국외대 교수는 "한미 간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아 지금은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구두 합의 상태이고, 다른 사안과 연동된 패키지 협상이다 보니 시기·범위가 문서화돼야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관세가 인하되면 부담이 약 40% 줄어드는 효과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관세가 0%였다가 새로 생긴 부담이어서 3분기에도 여전히 부담이 크다"면서도 "조속히 15%로 낮춰져야 기업들의 어려움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EU보다 늦게 관세 인하 효과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국가들과 함께 일괄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그것은 최악의 경우로, 주요 국가별로 관세가 확정되면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과 EU의 적용이 먼저 된다 하더라도 일본과 유럽보다 불리한 10%포인트 격차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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