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0.04 08:00
美 25% 관세에도 매출 72조 돌파 '사상 최대'…영업익은 21.3%↓ 예상
가격 동결로 점유율 지켰지만 비용 부담…관세 지속 시 최대 10조 손실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5조원대에 머물며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매출은 7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발 25% 고율 관세 여파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취합한 현대차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현대차는 매출 44조7358억원, 영업이익 2조674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3% 감소한 실적이다.
기아는 매출 27조6159억원, 영업이익 2조4095억원으로 매출은 4.1% 늘지만, 영업이익은 16.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전망대로라면 양사의 합산 매출은 72조3517억원으로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한 5조842억원으로, 세타2 GDI 엔진 리콜 충당금을 반영했던 2022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관세에도 가격을 동결하는 '역주행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지켜왔다. 소비자들의 '패닉 바잉'을 유도하고 신차 출시 모멘텀을 이어가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미국법인에 따르면 9월 현대차·기아 미국 합산 판매량은 14만3367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1% 증가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2.8% 증가한 7만7860대, 기아는 11.2% 늘어난 6만5507대 등이다.
여기에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 급증도 한몫했다. 양사는 9월 한 달 1만7269대를 판매하며 월 기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는 1만1052대를 팔아 전년 대비 141% 늘었고, 이 가운데 아이오닉 5는 8408대로 152% 성장했다. 기아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이 3094대 팔리며 월간·분기 모두 신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기아의 3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48만175대로 전년 대비 12.0% 증가해 역대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23만9069대로 12.7% 증가했으며, 기아는 21만9637대로 11.1% 늘었다. 제네시스는 2만1469대를 판매해 6.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친환경차 판매량은 13만5547대로 54.5% 늘었으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도 고르게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었다. 가장 큰 요인은 25% 고율 관세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한국산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 중이다. 7월 말 한미 협상에서 15%로 낮추기로 양국이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25%가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을 떠안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여기에 올해 임단협으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된 것도 비용 증가 요인이다. 노사는 올해 휴가비, 명절 지원금, 연구능률향상비, 연장근로 상여금, 임금체계 개선 조정분 등 5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대신증권은 이에 따라 현대차의 경우 전년보다 2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조7180억원에서 2조4210억원으로, 기아는 2조4110억원에서 2조900억원으로 각각 10.9%, 13.7% 하향 조정했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3분기 관세 영향은 약 1조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기아도 관세 25% 기준으로 추정했을 때 올해 연간 3조1000억원, 내년에는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관세 협상을 마무리해 15% 소급 적용이 이뤄져야 글로벌 업체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분기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을 끝으로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 지급을 종료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유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애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보조금이 6년 이상 앞당겨 종료되면서, 전기차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파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대응에 나섰다. 아이오닉5 2025년식 모델에는 7500달러(약 1051만원)의 현금 인센티브 제공을, 2026년식 모델은 최대 9800달러(약 1375만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로 인한 수요 공백을 메우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가격 정책에 대해 "현대차의 재무 건전성과 시장 불확실성 극복 능력을 입증한다"며 "미국 현지 생산·판매량을 늘리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복합 위기 속 돌파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 달성을 목표로, 향후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메타플랜트(HMGMA), 인도 푸네공장, 울산 신공장 등 글로벌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강화한다. 같은 해 친환경차 판매는 330만대(60%)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지역별로는 북미 77%, 유럽 85%까지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거점 강화도 본격화한다. 미국 메타플랜트는 2028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로 확대되고, 내년 본격 가동하는 인도 푸네공장은 생산능력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린다. 울산 신공장은 연간 20만대 전기차를 양산하는 첨단 전동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또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협력하는 현지 공장은 내년 연간 5만대 규모로 출범한다. 신흥국에서는 CKD(반조립 생산) 방식으로 25만대 이상의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기존 공장들도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반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해 글로벌 생산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의 고율 관세는 향후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일본과 EU가 15% 관세를 적용받는 것과 달리, 한국산 전기차·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여전히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분을 자체 흡수하며 버티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와 업계 일각에서는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에 지속되면서 관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의 20% 이상 실적 감소는 시작에 불과하다. 관세가 15%로 낮아져도 연간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현 수준인 25%가 유지된다면 손실 규모는 10조원을 넘어 합산 영업이익이 20조원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가격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선 "도요타·폭스바겐 등 경쟁사들이 15% 관세를 감내하며 가격을 동결한다면 현대차그룹이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린다고 하더라도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선에서 맞춰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23~24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3분기 실적과 향후 전략을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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