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8.30 17:5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의 '전승절'(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한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고려해 다자 무대를 피해 온 북한의 결단 배경에는 중국의 '반대급부' 제공 약속이 있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일성 주석 이후,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다자 행사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것은 김 총비서가 처음이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에 집중했던 최근 2~3년간 상대적으로 북중 관계가 소원했다는 평가가 유효한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각자의 이해를 추구한 결정이라고 보면서도, 경제적 지원과 관련한 중국 약속이 없이는 북한이 움직이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밀착 후 많은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경제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겹겹이 쌓인 것도 문제지만, 미국과 일본 같은 영향력 있는 국가들의 독자제재가 다른 동맹들의 금융망·무역 시스템과 연계돼 그물망처럼 퍼졌다는 점도 북한을 괴롭힌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과 현대화를 앞세워 인민들을 독려하면서도, 국제법에 어긋나는 각종 불법 무역과 사이버 활동을 통해 통치 자금 및 무기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등 항구적이지 못한 제재 회피 수단을 개발해 왔다. 러시아 파병 역시 이 방침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국제 정세의 변화로 전체 숫자에는 큰 변화가 있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 2022 기준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96.7%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로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높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북러 밀착이 강화돼도, 궁극적으로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정상화돼야 북한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김 총비서의 전승절 참석으로 인한 북·중 관계 복원 시동에는 중국의 경제적 지원 재개 및 확대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제일 원하는 건 경제적 교류·지원"이라며 "중국은 완전히 대북 제재를 무시하진 않겠지만 충분히 북한에 문을 더 열어줄 수 있고, 북·중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적 지원과 관련해 대북 제재를 효율적으로 피할 수 있는 관광 분야에 중국 지원이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엔 제재 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북한과의 관광사업을 하는 것은 '벌크 캐시 ' 유입으로 문제가 되지만, 개인 자격으로 관광 실비를 지급하는 것은 제재 위반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김 총비서는 올해 완공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전면에 내세워 관광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내년에 전국 각지에 더 많은 관광지구를 건설할 것이라는 구상도 이미 밝혔다.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북한의 관광 분야의 최대 고객은 역시 중국인이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만해도 한 해에만 중국 관광객 최대 30만명이 방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미 균열이 발생한 대북 제재의 틈을 활용해 북한에 대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미 원산 등 북한이 개발 중인 관광지에 중국 투자자들이 방문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제적 지원 외에도 미·중 소통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의 완충지대가 되는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북한이 요청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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