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01 00:01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9월 남북·북미 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다. 베이징에서는 전승절(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 행사가 열리고, 뉴욕에선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각국의 외교 입장을 표명하는 유엔(UN)총회가 잇따라 개최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 중국 방문을 확정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방일·방미로 한미일은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에 뜻을 모았다. 한국과 일본은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두 정상은)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달라. 김정은도 만나달라"고 요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추진하겠다. 올해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일본과 미국 순방 직후 김 위원장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공식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전승절 행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북중러 3국 정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가 정상회담을 개최, 반미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재회 가능성도 크다. 지난 1월부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맡고 있는 한국이 9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기 때문이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한미의 공조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경제·안보 지원을 확보한다면, 한미의 대북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김 위원장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중국과 의견을 조율했던 만큼, 이번에도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시 주석과 5차례 만났으며, 모두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이뤄진 바 있다. 구체적으로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는 차분한 대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건은 북한이 호응해 나와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굉장히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기대치를 높여 얘기하는 것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냥 담담하게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에 대해 위 실장은 "두고 봐야 할 텐데 꽤 주목을 요하는 상황 진전"이라며 "중국과의 정상회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또 다른 포맷(의 회담)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중러 공조가 강화될 경우에 대해선 "그렇게 되면 (한미일·북중러) 그룹별 분열선이 더 심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선 긴장 완화,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비핵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대화의 복원"이라며 "우선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가 쌓여가야 하는데 그러한 외교적 노력을 해가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협의를 미국과 진행했고, 이제 북한의 반응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APEC을 계기로 2018년 판문점 회동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두고 봐야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