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9.01 17:43
지난해 6월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타워점운 방문 고객이 거의 없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현재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타워점은 폐쇄돼 영업이 중단됐다. (사진=김상우 기자)
지난해 6월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타워점운 방문 고객이 거의 없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현재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타워점은 폐쇄돼 영업이 중단됐다. (사진=김상우 기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롯데면세점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따이궁(代购, 보따리상)'들에게 지급한 수수료율이 최대 58%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이궁을 통해 100만원의 매출이 일어났다면, 그 대가로 58만원을 수수료로 떼어준 셈이다.

1일 뉴스웍스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5월 21일 따이궁과의 수수료 지급 문제로 항소심(2심)에서 패소했고, 이틀 뒤인 같은 달 23일 대법원에 상고해 현재까지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사건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1년 4~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면세점은 A여행사와 계약을 맺었고, A여행사는 여러 여행사를 모객해 롯데면세점과 따이궁과의 거래를 알선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롯데면세점은 A여행사가 모객한 여행사들이 예치금을 내고 따이궁들을 붙여주면, 따이궁들이 사들인 면세품에 따라 차등을 둬 40~60%대의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이번 롯데면세점과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된 원고 C여행사는 A여행사가 주선한 B여행사를 통해서 롯데면세점과 거래관계를 맺었다. 즉, A여행사가 상위 알선자 역할을 하고 B여행사가 C여행사를 모객하는 등 피라미드 방식의 알선 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따이궁 평균 수수료율 54.4%…수수료 지급 중단에 소송

문제의 발단은 C여행사가 롯데면세점과의 다섯 차례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았지만, 여섯 번째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지 못한 것이다.

C여행사는 2021년 4월 26일 따이궁들이 일으킨 약 21억2000만원의 매출에 롯데면세점으로부터 약 12억4000만원(최대 수수료율 58.4%)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어 4월 30일에는 약 18억9000만원의 매출에 수수료 약 8억7000만원(45.9%)을 받는 등, 그해 5월 11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매출 약 133억5000만원에 대한 수수료로 약 72억6000만원을 챙겼다. 평균 수수료율은 54.4%다.

하지만, 5월 30일 같은 방식으로 53억3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자, 롯데면세점은 수수료 지급을 거절한다. C여행사는 그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수수료가 지급되다 왜 여섯 번째 거래에서는 수수료 지급을 거절하냐며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롯데면세점 "과열 경쟁에 울며 겨자 먹기였다" 항변

롯데면세점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은 이유로 '외상 매출'을 들었다. C여행사가 선지급한 예치금 25억원이 내부 전산망에서 외상 매출(현금화할 매출채권)로 분류돼 수수료 정산 대상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제가 생긴 배경에는 상위 여행사들의 횡령이 작용한다. C여행사가 여섯 번째 거래를 위해 지불한 25억원의 예치금을 A·B여행사 등 상위 알선자들이 횡령한 것이다. A·B여행사들은 자신들의 운영비와 외상채무 처리로 C여행사의 예치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적으로 롯데면세점에 지급해야 할 C여행사의 예치금이 사라지자, 롯데면세점은 C여행사에게 수수료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법원은 그럼에도 롯데면세점이 수수료 미지급의 정당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앞선 다섯 차례 거래에서 모두 수수료를 지급해 오다가 여섯 번째 거래만 예외로 둔 것은 C여행사의 귀책 사유가 아닌 롯데면세점의 일방적 처리라는 판단이다. A·B여행사의 예치금 횡령은 잘못된 행위지만, 또 다른 계약상 채무(수수료 지급)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롯데면세점은 해당 사건 외 비슷한 이유로 3곳의 여행사에 수수료 미지급 소송을 당했다. 올해 상반기 롯데면세점이 속한 호텔롯데의 충당부채 중 소송충당부채는 모두 200억원으로 집계된다. 미지급 수수료와 연체금 등 200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는 의미로, 200억원은 유동충당부채 488억원 중 41%에 해당하는 수치다.

롯데면세점은 소송 결과를 떠나 최대 60%에 육박한 수수료율은 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때 모든 면세점이 따이궁 매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과열 경쟁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감수하며 매출을 내던 시기였다. 이번 재판은 롯데면세점도 피해를 본 억울한 부분이 있어 상급 법원에 상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면세점 업체 한 관계자는 "출혈경쟁이기보다 롯데면세점이 앞서서 주도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도 적자를 감내한 수수료 경쟁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롯데면세점과 같이 극한 수수료율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송객수수료 2022년 7조…1년 뒤엔 5950억 '뚝'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따이궁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면세점 업계의 치부를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응이다.

천문학적 적자를 알고도 매출 절반 이상의 수수료율을 감내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지금에 와서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5630억원 수준이었던 송객수수료는 2017년 1조1480억원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 3조875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2022년에는 7조153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3년에는 면세점 업계의 자정작용에 힘입어 2015년 수준인 5950억원까지 떨어졌다.

한편, 국내 면세점 매출은 7월 성수기와 방문객 수 증가에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올해 7월 면세점 매출이 9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5억원보다 8.6%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구매 인원은 258만339명으로 9.2% 증가했고, 1인당 면세 구매액은 42만6000원에서 35만6000원으로 16.4% 감소했다.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수는 약 99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5.1% 증가했고, 6월보다 2.2% 늘었다. 외국인 매출은 6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전월 대비 22.1% 감소해 외국인 객단가가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다. 내국인 방문객 수는 159만명으로 1년 새 1.2% 올랐고, 전월과 비교해선 1.8% 증가했다.

(자료제공=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료제공=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롯데면세점은 따이궁과의 거래를 끊은 것과 인천국제공항 입점 포기로 임대료 절감 효과를 보면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다. 정부당국은 지난 7월 '면세점 송객용역 부가세 매입자 납부 특례'를 시행하기로 밝히며 면세점의 거래 투명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따이궁이라는 한정적 집단에 매몰돼 결국 따이궁들의 배만 불려주고 면세점들의 구조조정까지 불러오는 최악의 결과를 빚었다"며 "두바이면세점이 코로나 시기에 자국 거주 외국인과 자국민으로 눈을 돌려 성과를 내는 등, 팬데믹 기간 해고했던 2000여 명의 직원을 재고용한 사례는 국내 면세점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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