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01 17:09
영풍 "고려아연, 사모펀드 단독출자로 주가조작 사전 공모"
고려아연 "시세조종 행위 직간접적 일절 관여 사실 없어"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논란을 두고 충돌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과 사적 친분이 있는 사모펀드에 단독으로 출자해 SM엔터 주가 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는 말 그대로 의혹일 뿐, 모든 투자 결정과 출자는 관련 법령 및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했다고 반박했다.
◆영풍 "최윤범 회장 SM엔터주 매입 구조 사전인지 여부 규명해야"
영풍은 1일 SM엔터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최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검찰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와 투자책임 배재현, 그리고 원아시아파트너스 소속 지창배 대표 등 SM엔터 주가조작의 주요 인물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구형한 데 따른 후속 대응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서 카카오 측과 원아시아가 공모해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풍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의 하바나제1호 사모펀드에 단독으로 1016억원을 출자한 정황을 지적했다. 형사재판에서 증언 등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지난 2023년 2월 10일 카카오 투자 책임자 배재현이 지 대표에게 "SM 주식을 1000억원 규모로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직후인 2월 14일 정관을 개정했다.
영풍에 따르면, 펀드 정관 개정은 법률 검토 등을 위해 최소 2주일 이상 걸리는 절차임에도, 출자 요청기간을 단 1영업일로 축소했다. 또 수익 배분 구조를 원아시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조정하는 등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조건으로 변경됐다.
고려아연은 2월 15일부터 해당 펀드에 단독으로 총 1016억원을 출자했고, 2월 16~17일 사이 해당 자금은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에 활용됐다. 이는 검찰이 "공개매수 저지를 위한 장내매수형 시세조종"으로 규정한 자금흐름의 핵심이다
영풍 측은 "하바나1호 펀드는 고려아연이 99.82%를 출자한 사실상의 단독 펀드로, 일반적인 펀드 운영과 달리 최 회장이 자금 출자자이자 실질적 의사결정 주체로 기능했음이 명백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지 대표와 최 회장은 중학교 동창으로 개인적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이어 "이같은 구조에 정관 변경과 자금 집행이 대표이사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회장이 해당 구조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승인했을 개연성이 높고, 이는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 혹은 배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최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를 즉각 조사해야 하며, SM엔터 주식 매입 구조에 대한 사전 인지 및 공모 여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합법적인 투자, 무논리 의혹 제기 법적 대응"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와 관련된 어떠한 시세조종 행위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못 박았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돼 곧 법원의 1심 판단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사건과 관련도 없는 회사와 인물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는 영풍 측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을 통해 여러 펀드에 자금을 투자해 왔으며, 유휴 자금의 일부를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재계 여러 기업에서 보편적으로 구사하는 자금 운용 방식"이라며 "특히 고려아연은 재무적 투자 목적에 부합하게 해당 투자를 통해 일정 이상의 수익을 실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재무구조나 투자자들에 손해를 끼치지도 않은 만큼 영풍의 주장처럼 배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려아연 측은 "무엇보다 고려아연은 해당 펀드를 비롯한 여러 펀드에 출자한 LP(펀드 출자자)로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집행은 GP(펀드 위탁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실제 해당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매수 및 사후 매각 과정이나 관련 절차 또는 계획에 대해서는 설명이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국가기간산업을 넘어 한미 양국 공급망 협력의 중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에 영풍·MBK 연합이 기업의 정상적 투자활동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의혹을 반복하여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