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13 09:00
지성우 교수 "특별한 재판 절차 존재 시 법적 일관성·안정성 깨져"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로 정치권과 법조계가 떠들썩하다. 주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냐 아니냐'하는 문제를 놓고 견해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내란특별재판부의 '위헌성 소지'에 대해 "그게 왜 위헌이냐"며 "삼권분립이라는 건, 각 부가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그런 뜻이 아니다. 감시와 견제 및 균형이 삼권분립의 핵심 가치"라고 역설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회 입법 사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선 "(이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위헌이라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반문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이른바 '내란특별재판부'의 설치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재기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와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가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이들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정책위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검찰해체와 인민재판부 설치에 관한 청문회'에서 법률 전문가로서 자신들의 견해를 펼쳤다.
이들의 견해를 살펴봄으로써 최근 정치권과 법조계의 중요 이슈 중의 하나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를 조망해봤다.

◆"권력이 원하는 재판결과 얻겠단 발상"
정재기 변호사는 이날 청문회에서 "'내란특별재판부의 설치'는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돼야 한다는 실질적 적법절차를 요구하는 법치주의가 국가행위의 판단기준임을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우리 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특정 인물에 대한 재판을 하겠다고 한다. 그 논의 어디에도 실질적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는 엿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분노로 검찰을 폐지하고, 특별재판부 구성을 정치권력이 원하는 사람으로 구성해 원하는 재판결과를 얻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것이고, 선진국에서 살던 국민들을 후진국 독재국가로 다시 몰아넣겠다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규정했다.

◆"8·15나 4·19 등 혁명적 상황에서만 '예외적 허용'"
그는 '특별재판소 설치의 위헌성'에 대해 "내란특별재판소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내란’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기존 사법부가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거나 ‘내란’이라는 특별하고 예외적인 혁명적 상황에서 기존 법원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우리 법원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아무런 특별재판소 설치 없이 법리에 따라 처벌했고, 현재가 8·15와 4·19와 같은 혁명적 상황이라는 점이 아니란 것은 명백하다. 특히, 특별재판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헌법 개정 수준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또 "특별재판부는 헌법의 사법부 권한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헌법이 군사법원에 한해 이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헌재 결정에 따라 특별재판소의 허용되는 기준은 ▲ 헌법에 근거가 있고 ▲ 군과 같은 특수성과 ▲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고 ▲ 재판관의 독립 ▲ 재판관의 신분의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은 이미 특검에서 수사 중이고 관련자 상당수가 구속됐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4·19나 8·15에 버금갈 정도로서 국민이 법원에 의한 재판이 아닌 별도의 특별재판을 허용해 줄 헌법 예외적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대법원 아닌 제3의 기관 재판부 구성 관여는 위헌"
이에 더해 "재판관의 독립 속에는 특정 사건에 관해 사법부가 정한 인사기준을 제3자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 것까지 포함할 것이므로, 대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완전한 위헌"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재판관의 신분상 보장은, 재판관이 헌법과 법원조직법 및 법관정원법에 따라 신분과 재직기간이 보장되고, 사법부에 의한 인사의 독립성도 인정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제3자가 재판부의 구성과 재판관의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말한 특별재판소 허용기준을 일탈한다"며 "물론 그 ‘재판관’은 이미 법원에 속한 신분이 보장된 재판관 중에서 사법부의 기준에 따라 무작위로 배정된 재판관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더구나 내란특별재판소법률안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을 특정 사건에서 모두 재판부 구성에서 제척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이 정한 헌법기관의 구성과 법치주의 원리를 흔드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단언했다.
더불어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국가원수라는 지위에서 행한 것이지, 임명행위 자체를 재판관 제척사유로 삼는 것 역시 사법부 구성에 대한 임의적 제3자 개입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재판부 설립보다 기존 제도 개선이 우선"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사법원을 제외한 특별법원의 설치는 헌법에서 규정한 법적 평등, 사법부의 독립성, 법적 안정성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며 "최근 대법원도 특별재판부 도입이 사법부 독립성과 법적 형평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며, 현재의 법원 시스템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특별재판부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해결하려는 접근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특별재판부 설립보다는 기존 제도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특별법원이 도입될 경우, 특정 사건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나 여론을 반영하는 판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재판의 공정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헌법 제11조는 법 앞의 평등을 명시하고 있다. 즉,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어떤 이유로도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특별재판소나 특별법원의 설치는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 법원 판례·절차 아닌 특수한 법적 기준 적용 가능성 높아"
이에 더해 "특별재판소는 특정 사건에 대해 다른 법원과 다른 절차를 적용하는 제도로, 특정 사건이나 특정 집단에 대해 차별적인 법적 대우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특정 고위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특정 계층에게만 특별한 법정 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일반 국민과의 법적 평등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별재판소가 도입되면 일반 법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건들을 특수한 법원에서 처리하게 된다"며 "이는 기존 법원의 판례와 절차에 따르지 않고, 사건에 따라 개별적이고 특수한 법적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특별한 재판 절차가 존재하면, 법의 일관성이 깨지고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