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10.03 08:00

HBM으로의 빠른 전환 '반도체 호황' 이끄는 핵심 요인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리나라 AI 대전환 및 AI 생태계 조성 가속화를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오픈AI 간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 이 대통령,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리나라 AI 대전환 및 AI 생태계 조성 가속화를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오픈AI 간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 이 대통령,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오픈AI의 700조원 규모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합류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대규모 공급을 가시화했다. 동시에 D램·낸드플래시 가격도 10% 넘게 상승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7년 만의 '슈퍼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오픈AI가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잇달아 체결하며 대규모 HBM 공급을 사실상 확정했다. 양사가 스타게이트에 물량을 공급하려면 현재 HBM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낸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하반기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도 반도체 시장에 슈퍼사이클이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슈퍼사이클이란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메모리 가격과 기업 실적이 장기간 급등하는 구간을 말한다.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는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힘입어 2026년 HBM 출하량이 300억Gb를 넘어설 것"이라며 "같은 해 하반기부터 6세대 제품인 HBM4가 시장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3분기 말 글로벌 D램 공급자 평균 재고는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2018년 슈퍼사이클 저점(3~4주)을 밑돈 사상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韓, HBM 절대 강자 '인정'…전문가들 "향후 계약 조건 주목해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이들 기업도 스타게이트 합류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 가속기 공급을 위한 주요 파트너로,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라며 "이는 뛰어난 기술력과 HBM을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해 온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사가 공급하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가 어떤 제품을 뜻하는 것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는 HBM이 포함되지만, D램이 될 수도 있다"며 "아직 정확한 내용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측은 "AI 가속기를 위해 HBM이 많이 사용되는 만큼, HBM을 대량으로 공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 사의 공급 물량과 공급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도 준비 중이고, 청주 M15X도 가지고 있는 만큼, 인프라 구축에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프로젝트 시점에 맞춰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타게이트 합류가 '또 다른 미국의 강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스타게이트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밖에 없다. 따라서 참여는 당연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무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참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있을 계약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태원(오른쪽)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오른쪽)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제공=SK그룹)

◆D램 뛰고 낸드도 난다…"DDR5, 15~20% 가격 오를 것"

D램과 낸드 가격의 최근 상승세는 오픈AI가 가져온 스타게이트 호재와 함께 반도체 호황의 앞길을 밝히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범용 D램(DDR4)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0.53%, 10.58% 오르며 연중 최고가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특히 DDR4의 평균 고정 거래가는 4월 이후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 중인데, 이는 2016~2018 반도체 초호황기에도 없었던 이례적 현상이다.

특히 범용 D램 가격이 6개월 연속 전월 대비 두 자릿수씩 오른 것은 D램익스체인지 조사 이래 처음이다. 가격은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가격인 7.19~8.19달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슈퍼사이클이라고 분석되는 2016~2018년에도 두 자릿수 상승세가 2개월 연속 이어진 적은 없다.

트렌드포스도 "3분기 PC용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8~13% 상승했다"며 "DDR4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띈다. 9월에는 DDR5 가격이 DDR4보다 1% 낮아졌다. 이는 2분기 당시 DDR5 가격이 31% 프리미엄이 붙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반전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부족에 따른 풍선 효과로 4분기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10%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D램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4분기 가격 인상 의사를 표명했다"며 "DDR5의 경우, 인상 폭은 15~20%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낸드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기업용 SSD 채택 확대로 낸드도 당분간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4분기 D램 가격을 최대 30%, 낸드플래시는 10%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또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각각 D램과 낸드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3위 낸드플래시 회사인 일본 키옥시아도 5년 안에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와타나베 토모하루 키옥시아 부사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생성형 AI용 칩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클라우드 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며 “낸드 시장이 매년 약 20%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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