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0.02 15:41

[뉴스웍스=김아현 기자]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KRX)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정은보 이사장이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언급하면서 거래시간 연장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거래소는 글로벌 증시가 24시간 거래로 전환하는 트렌드에 발맞추겠다는 방침이지만, 단순히 이를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시장 활성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증시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실제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을 때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미국은 내년 하반기 24시간 거래를 준비 중이지만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주로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파생상품·빅테크 주식에 한해 24시간 매매를 열어둘 계획이며, 이미 정규 시간외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대부분의 매매가 정규 거래시간 안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단순한 거래 시간 확대가 바로 투자심리 개선이나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
독일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거래시간을 제한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논의도 나온다.
결국 새로운 자금 유입 없이 거래 시간을 연장할 경우 유동성을 거래 시간 전반으로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거래시간 연장에 앞서 펀더멘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와 상장·상장폐지 등 제도 개편을 통해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는 글로벌 유동성 경쟁에 살아남을 대응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체거래소 넥스트트레이드(NXT)가 급부상하면서 거래소가 시간 연장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넥스트트레이드는 거래소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건강한 경쟁 환경을 촉진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자 자본시장법상 '15%룰'의 제한으로 상장 종목을 줄여야 했다.
출범한 지 반년도 안 된 대체거래소가 규제에 막혀 성장 동력을 잃는다면 제대로된 경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같은 거래 중단 조치는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투자자 불편을 초래할 뿐이다.
결국 시장 활성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체거래소와 상생이 불가피하다. 넥스트트레이드가 시장감시 비용을 함께 분담하거나, 수수료 일원화 등 협력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당장 24시간 체제로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 구축, 결제 인프라 안정성 등 복합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노동시간 증가에 따른 거래소, 증권사 직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거래시간 연장은 속도전이 아니라 준비 과정이다. 구조 개편과 규제 완화, 그리고 철저한 인프라 점검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