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23 15:00
코스피·코스닥 145개 종목 거래 불가…출·퇴근길 투자자 불편 커져
'15%룰' 규제 벽에 막혀…금융당국, 조직개편 '혼란'에 해결책 '뒷전'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800개 제품을 진열하기에 매장이 너무 좁았던 것일까.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반년 만에 또다시 거래 가능 종목 축소를 단행하며 삐걱거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불장'을 기록 중인 가운데 애꿎은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만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NXT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거래 한도를 준수하기 위해 전날부터 66개 종목의 거래를 중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거래 중단에 포함된 종목은 코스피 11개 종목과 코스닥 55개 종목이다.
코스피 거래 중지 종목에는 DB하이텍을 비롯해 ▲LG CNS ▲STX엔진 ▲TYM ▲대한조선 ▲디아이 ▲삼화콘덴서 ▲세진중공업 ▲솔루엠 ▲우진 ▲코리아써키트 등이 포함됐고, 코스닥에서는 ▲나우로보틱스 ▲다원시스 ▲대진첨단소재 ▲오리엔탈정공 등의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이미 NXT는 지난달 20일부터 26개 종목, 이달 1일부터 53개 종목의 거래를 중단했다. 당초 79개 종목에 대한 거래 중단 시점은 오는 30일까지였으나, NXT는 해당 종목들의 거래 중단 시점을 계속해서 유예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넥스트레이드가 거래를 중단한 종목 수는 총 145개까지 늘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일시 거래 중단 결과 거래량과 거래소 시장 대비 거래량 비율이 하락해 이달 말 기준(4~9월) 규제 비율 준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연속성을 제고하기 위해 향후 거래 대상 종목 수를 650개 내외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ATS 넥스트레이드가 거래 종목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내 증시 활황으로 일평균 거래량이 급증한 영향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ATS가 거래소 시장을 보완하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도록 '15%룰'을 규정하고 있다.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KRX) 일평균 거래량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종목별 거래 한도 역시 3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NXT가 출범 6개월 차를 맞은 이번 달 금융위원회는 폭발적인 ATS 수요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한도 규제 적용 한시적 유예'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향후 1년' 및 '개선 방안 시행' 가운데 먼저 도래하는 시기까지 규제 적용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거래 중지된 종목들이 정규장의 경우 한국거래소에서도 거래가 가능한 만큼 큰 불편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당시 슬로건으로 내건 '출·퇴근 시간 거래'의 의미를 되짚어본다면 이번 거래 중단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투자자에게 더 나은 거래를 제공하는 증권사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이 발동될 기회 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안정성 제고를 위해 1~2주 차에는 10개 종목, 3주 차 110개, 4주 차 410개, 5주 차 800개 등을 목표로 프리마켓과 정규장, 애프터마켓에서의 거래 가능 종목을 점차 늘려왔다.
시장 출범 초기부터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출범 1년 동안은 100개 종목으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문제가 없을 경우 종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현행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거나,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을 NXT와 동일하게 맞춤으로써 일정 비율로 거래량을 조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자본시장법 개정의 경우 국회에서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장기간이 소요되고, 거래소의 거래 시간 연장안 역시 거래소 및 증권 노조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금융당국의 시선은 국회로 쏠려 있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를 각각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을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금감원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인 만큼 당국이 NXT의 거래량 문제를 신경 쓰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TS 거래량 문제는 결국 한국거래소 거래 시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안인데, 현재 금융당국 내부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워낙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한도 규제 적용 유예) 조치는 일종의 땜질식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장기적인 증시 건전성과 투자자 권익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적절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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