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10 11:39
고부가 모델 집중 및 수출 다변화로 9월도 호실적 예고
美관세 및 하이브리드 레드오션화, 전기차 캐즘 등 악재 여전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온갖 대내외 악재에도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이후 지속성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발 관세 및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재 잘 나가는 하이브리드 차종 글로벌 경쟁 강화 및 노동조합 파업 가능성 등 변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10일 애프엔가이드 등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증권사 평균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43조원에서 45조원 사이, 영업이익 3조8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 사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유사한 수준이다.
기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도 각각 26조5000억원에서 27조원, 2조8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양사의 영업이익률 전망치다. 현대차는 8.5%에서 9.0%, 기아는 그보다 높은 10.5%에서 11.0%로 전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미국발 관세 및 전기차 캐즘 등 불확실성이 짙은 가운데서도 지난 8월 역대 최대 미국 판매 실적을 기록했고, 이달 판매량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및 기아는 무수한 악재를 감내하면서도 고수익 모델 집중 및 시장 다변화라는 위기 극복 전략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전기차 캐즘은 높은 연비와 충전 걱정 없는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강화라는 대안으로 가장 큰 판매 시장인 미국 소비자 요구에 성공적으로 부응했다.
‘팰리세이드’ 및 ‘텔루라이드’, ‘투싼’ 등 전통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SUV와 RV 차량도 양사의 전체 판매량을 견인 중이다. 이같은 미국 시장 특화 마케팅 전략과 함께 현지 생산시설(HMGMA)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 시장 뿐 아니라,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EV 콘셉트카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 의지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워낙 악재가 산적해 있는 만큼 3분기 이후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미국은 최근 한국산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무관세에서 15% 관세도 부담스러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행정명령에 사인하지 않고 25% 관세를 부과 중이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여전히 현지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 중이기에, 매달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매출 및 판매량은 유지할 수 있어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언제까지 양사의 효자품목으로 남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도요타 및 혼다 등 해당 분야 전통적인 강자들은 물론,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도 현재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 중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도 예상보다 길어지는 분위기인 데다, 미국의 전기차 정책(IRA)도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대비해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생산과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지만, 테슬라 및 BYD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현재 판매량 유지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17만9455대라는 역대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이달 30일부로 조기 종료하는 법안에 서명한 영향이 강하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지금 아니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심리를 자극했다. 즉, 30일 이후에는 판매량 유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노조 파업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양사에 걸림돌이다. 비록 지난 9일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노조원 찬반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정년을 60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핵심쟁점은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생산 차질이 심화돼 국내외 판매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파업은 없을 수도 있으나 발생 시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어 해외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지난달 파업 이슈에도 오히려 현지전략 등으로 판매가 늘어난 만큼 당장은 타격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