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9.18 18:57

사상 최초로 IR 해외서 개최…"전기차 캐즘·관세 부담 등 불확실성 돌파"
HEV 18종 확대·권역별 맞춤 EV 출시…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 60%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및 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차 및 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세 리스크 등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향후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 555만대 달성을 추진한다. 지속적인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를 통해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을 방침이다.

올해 본격 생산을 시작한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HMGMA)에 더해 향후 가동될 인도 푸네공장, 울산 신공장 등 혁신 생산기지들은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성장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 셰드'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장기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 수소전기차(FCEV) '디 올 뉴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수소전기차(FCEV) '디 올 뉴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HEV·EV·EREV·FCEV등 친환경 라인업 강화 

현대차는 내년부터 HEV, EV, EREV, FCEV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반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먼저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 정체의 반사이익이 집중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라인업을 2030년까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괄해 18개 이상으로 확대하며 시장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보다 2배 이상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첫 후륜(RWD) 기반이자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인 럭셔리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년 출시하고, 추후 합리적 가격을 갖춘 엔트리 하이브리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출시된 팰리세이드부터 도입을 시작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 보다 향상된 주행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제공한다. 또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해 엔진 시동 없이도 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테이(Stay) 모드와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 다채로운 전동화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등 E-GMP 전용 전기차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특화 상품성을 갖춘 신형 전기차들을 유럽, 중국, 인도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캐즘 극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회복과 대중화를 이끌어 나갈 '아이오닉 3'를 출시한다. 아이오닉 3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할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다. 현대차는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소형 EV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공개하며, 내년 출시될 아이오닉 3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또한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지속적인 도전으로 치열한 EV 경쟁이 펼쳐지는 중국 시장에서는 올해 준중형(글로벌 C 세그먼트) 전동화 SUV '일렉시오'를 선보이는 데 이어 준중형 전동화 세단을 내년 내놓기로 했다. 두 차종 모두 중국에서 생산되는 현지 전략 EV다.

오는 2027년 인도 시장에서는 현지 전략 경형급(글로벌 A+ 세그먼트) SUV 전기차를 선보인다. 인도 소비자를 매혹할 맞춤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을 갖출 첫 인도 특화 EV로, 현대차는 인도 현지 공급망을 바탕으로 차량을 완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적용으로 더욱 우수한 경쟁력을 갖출 신형 전기차를 지속 시장에 내놓으며 전동화 전환을 가속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비용은 낮추면서도 에너지 밀도, 충전 시간 등의 성능은 개선하고 더 안전한 구조와 첨단 진단 시스템을 채택한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을 향후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처음 전략을 공개한 EREV는 현대차만의 고성능 배터리 및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7년 출시될 계획이다. EREV는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편안한 주행 감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EV 충전 스트레스를 경감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대비 55%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채택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 EREV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주도하는 친환경 모빌리티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 누적 점유율 57.5%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2세대 넥쏘를 출시한 데 이어 향후 내연기관과 동등한 수준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지속 개발하고 FCEV 시장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기술력 강화와 함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량 하드웨어를 표준화·단순화해 복잡성을 줄이고, 유연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CODA와 차량 운영체제 '플레오스 비히클 오에스'를 적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6년까지 SDV 페이스 카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 2분기에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된 차들이 처음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혁신 생산기지 확대로 판매 목표 달성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올해 417만대를 팔아 관세 부담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수한 상품성과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414만대) 대비 판매 성장과 달성을 목표로 삼는다. 5년 뒤인 2030년에는 555만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의 경우 올해 100만대 규모에서 2030년 330만대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목표는 올해 417만대와 비교할 때 약 33%(138만대) 더 늘어나는 것으로, 현대차는 첨단 제조 혁신 기술을 갖춘 글로벌 생산 기지의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120만대 추가로 확보, 판매 성장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이 본격화한 미국 HMGMA는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의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올해 4분기 인도 푸네 공장이 완공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돌입할 예정으로, 향후 연간 25만대를 목표로 생산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현대차의 인도 내 생산능력은 현재의 약 80만대 수준에서 1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는 첨단 제조 혁신 기술이 적용되는 푸네 공장을 인도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전진 기지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수출 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내년 1분기에는 울산 신공장이 완공돼 전동화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이곳은 인간 중심의 근무 환경, 조립 설비 자동화, 로보틱스 기술, AI(인공지능) 기반 품질 검사 등이 조화를 이루며, 12종의 자동차가 유연하게 생산되는 첨단 제조 현장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차는 주요 신흥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CKD(반조립제품) 생산 거점도 확장하며 25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협력하는 중동 지역 최초의 현대차 생산기지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은 연간 5만대 규모로 내년 4분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새롭게 추가될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기존 공장들도 지속 개선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 전환하며 생산 전 과정의 데이터를 최신 자동화·AI·IT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첫 스마트 팩토리이자 제조 혁신 테스트 베드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각종 첨단 생산 기술을 다른 글로벌 공장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의 두 번째 전기차 '아이오닉 6 N'. (사진=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의 두 번째 전기차 '아이오닉 6 N'. (사진=정현준 기자)

◆10주년 맞은 '현대 N'·'제네시스'

현대차는 올해 각각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지속적인 성장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 N은 브랜드 3대 DNA인 ▲코너링 악동(곡선로 주행 능력) ▲일상의 스포츠카▲레이스 트랙 주행 능력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고성능 기술력을 집약해 완성한 N 차량들로 지난 10년간 자동차 마니아와 많은 소비자에게 호평 받아왔다.

현대차는 출범 15주년을 맞이할 2030년 현대 N의 연간 판매 목표를 10만대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판매 대수인 2만3000여대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현대차는 현재 한국,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대 N의 판매시장을 호주·영국·캐나다 등 서구 지역뿐만 아니라, 이 밖의 다른 시장으로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이러한 판매 성장을 위해 현대 N은 라인업 확대도 적극 추진한다. 현대 N은 현재 5개 모델(아이오닉 5 N·아이오닉 6 N·아반떼 N·i20 N·i30 N)로 구성된 라인업을 오는 2030년까지 7개 모델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새롭게 투입될 N 모델은 글로벌 베스트셀링 차량을 기반으로 확장될 예정이며, EV 기반의 N 모델 외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고성능 모델 개발도 추진한다.

제네시스는 2030년 글로벌 판매목표를 연간 35만대로 설정했다. 이는 올해 약 22만5000대의 예상 실적과 비교했을 때 55%가량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제네시스는 전기차 캐즘을 우회해 소비자들을 매혹할 EREV 및 하이브리드 등 우수한 신차를 글로벌 시장에 꾸준히 내놓을 방침이다. 

이 밖에도 고성능 트림 '제네시스 마그마’의 첫 차량으로 '제네시스 GV60 마그마'를 올해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내년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레이스 '르망 24시'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북미 공략 위한 신형 픽업트럭 출시·현지 기업과 협력 강화

현대차는 이번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북미 특화 중장기 전략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은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 판 207만대 중 30%(약 61만대)가 판매된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특히 제네시스 및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인기가 높아 매출 기준 비중은 38%에 육박하는 중요 시장이다.

이러한 미국의 중요성을 고려해 현대차는 1986년 미국 시장 첫 진출 후 현재까지 북미 권역에 205억달러를 투자해 왔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향후 4년 동안 현대차그룹 차원으로 미국 시장에 26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제철소 건설,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로봇 공장 신설 등이 핵심 투자 분야로 포함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 두 생산기지인 앨라배마 공장과 HMGMA의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현지 공급망 대응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픽업트럭, 상용차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도전도 이어 간다. 현대차는 2021년 출시한 북미 전용 준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성공을 이을 중형 픽업트럭을 2030년 이전까지 현지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트레일러 법인 현대트랜스리드의 우수한 트레일러 상품, 이르면 2028년 미국 현지 생산이 시작되는 전기 상용 밴 등을 앞세워 북미 상용차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기업 웨이모와 지난해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래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 중이다.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HMGMA에서 현지 생산되는 아이오닉 5에 적용해 도로 위로 투입, 올해 연말 미국 실도로 주행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제네럴 모터스(GM)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5개 차종에 대한 공동 개발도 진행 중이다. 중남미 시장 대응을 위한 중형 픽업, 소형 SUV, 소형 승용, 소형 픽업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으로, 향후 해당 차량들의 양산이 본격화하면 연간 80만대 이상의 생산 및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을 통해 자동차 판매도 적극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운영 중인 로봇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운영 중인 로봇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5년간 77조3000억 투자…2030년 이익률 8~9% 달성

현대차는 2026~2030년 5개년 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8~9%를 달성하는 내용의 중장기 재무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는 올 초 제시했던 올해 연간 가이던스를 수정해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기존 3.0~4.0%에서 5.0~6.0%로 2%포인트 상향했다. 그러나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관세 영향을 반영해 기존 7.0~8.0% 대비 1%포인트 하향한 6.0~7.0%로 설정했다. 올해 투자 계획도 기존 제시한 16조9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수정했다.

이번 투자 계획은 지난해 제시했던 2026~2030년 투자 계획인 70조3000억원을 수정한 것으로 전체 투자 규모가 7조원 늘어났다.

최대 시장인 미국 투자도 적극 추진한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 금액은 기존 11조6000억원(88억달러) 수준에서 향후 15조3000억원(116억달러)으로 3조7000억원(28억달러) 늘어날 예정이다.

'밸류업 프로그램'를 추진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시행하기로 했다. 2025~2027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매년 최소 35%의 총주주환원률(TSR) 기준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고, 주당 최소배당금(DPS) 1만원 등의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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